변상호 목사·보길도 동광교회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시 40:1)
사람들은 다 힘들고 어렵다고 합니다. 사업을 하시는 사장님도, 근로자도, 국민을 살피는 공직자도, 이웃을 섬기는 목회자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숨을 참고 기가막힌 웅덩이 같은 깊은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해녀들의 고통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만약 해녀 물질을 체험하려고 10m 물속 입수를 도전한다면 보통 사람들은 반절도 못 내려가고 포기하고 돌아올 것입니다. 5초만 숨을 참으면 죽을 고통 때문에 돈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오직 살아야 한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이웃이며 우리 국민이고 우리가 전도해야 할 해녀들은 위험한 물 속의 삶을 참고 견디며 기다리며 살아왔습니다.
보길도 해녀들은 바다에 파도만 없으면 계절을 따지지 않고 언제나 바다로 들어갑니다. 수영을 해본 분들은 사람이 물속에서 숨을 참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섭다는 사실을 인정하실 겁니다. 물속을 잘아는 해녀들 역시 물이 무섭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숨을 걸고 끝없이 내려갔다고 말씀을 하십니다.
물속에서 지탱하는 1분이라는 시간을 잘 활용하고 마지막 5초를 남겨두고 올라오면 “휘~” 하고 휘파람 소리를 내는데 대게 그소리는 숨쉬는 소리가 아니라 “나 살아서 올라왔다” 하면서 옆에 동료들에게 안심을 시켜주는 신호라고 합니다. 말만 들어도 짠~ 합니다.
해녀 경력이 오래되면 노련하다는 말들을 듣지만 오래 할수록 자연의 무서움이 더해지고 수없이 많은 위험 속에 그만큼 더 많이 노출하게 됩니다. 그래서 해녀들은 절대로 혼자 물질을 하러 가지 않고 항상 동료들과 같이 가야 하고 실제로 동료가 절대적인 도움이 못되어도 옆에 있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힘든 일을 처녀 시절에는 부모님을 위해서 일했고 결혼 후에는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해 오래도록 일하셨다 합니다. 그래서 지금 뒤를 돌아 보아도 당시 섬에서는 자식을 겨우 중학교만 보내던 이웃이 많았지만 할머니는 자녀들을 대학까지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번 돈을 언제나 아끼고 절약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이젠 제발 힘든 일 하지 마시라는 자녀들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새벽부터 저녁까지 산으로 밭으로 갯가를 누비며 다니십니다.
80세의 고령이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데도 농사와 노인 일자리, 나물 캐러 산으로 들로 나가십니다. 어쩌면 현역 해녀 시절보다 더 일을 많이 하고 있다고 가족들은 걱정하지만, 이 세상 어머니들이 몸으로 가르치는 인생살이를 몸소 보이고 계십니다.
세상 모든 젊은 사람들이 할머니처럼 일하면 성공 못 할 사람이 없듯 담임목사인 저는 할머니께서 예수 믿고 구원받은 축복에 감사하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나태함이 밀려오면 해녀들의 절박한 휘파람 소리의 의미를 되새기며 정신을 번쩍 차려 열심을 내게 됩니다.
사람들은 바다 속에는 가락동 수산시장보다 더 풍부한 해산물이 있고 바다는 은행과 같이 돈이 쌓여 있다고 농담으로 말을 하지만, 손에 작은 낫을 잡고 물속으로 돌진하는 해녀들의 인생살이와 그 교훈은 쉽게 얻으려 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잘 참아야 합니다. 해녀들이 죽을 힘을 다해 물밖으로 솟구치며 내던 “휘~” 소리 앞에 우리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