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내부 회의·전문가 자문 구하며 북미 대화 대비 중”

입력 2025-04-28 08: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 참석한 뒤 27일(현지시간) 뉴저지주에서 워싱턴DC로 복귀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회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이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부르며 협상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27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잠재적 대화 재개를 위한 옵션을 고려하면서 조용히 토론하고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북미 대화가 임박한 상황은 아니지만,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가위원장과 다시 접촉하기 원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만큼, 국가안보팀이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관계자들은 외부의 북한 전문가들과 북미 대화 재개시 북측 대화 상대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트럼프 1기 당시 북미 대화에 관여했던 많은 북한 측 인사들이 숙청돼 미국과의 접촉 창구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있는 앤드류스 공군기지에 착률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 고위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지난 4년간 많은 것이 변했다. 우리는 현재 북한이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관련 기관들을 소집하고 있다”며 “우리는 평가하고 진단하면서 관여를 포함해 잠재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트럼프의 관심을 끄는 데 김정은의 ‘화려한 편지’ 한 통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이 ‘초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주재 스웨덴 대사가 지난주에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과 협의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방문 목적을 두고 “워싱턴이 평양에 대한 관여 가능성이 얼마인지 분위기를 살펴보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 석좌는 “전·현직 미국 관료와 싱크탱크 전문가 간의 비공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트럼프와 김정은 간 회담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능력이 향상된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나설 가능성은 트럼프 1기 때보다도 더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전직 미국 관리는 “과거 협상은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김정은은 현재 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대화 주제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군축이라면 북한은 종일 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정책 목표를 공식 확인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우려를 자극하고 자체 핵무장론도 커질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