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불똥 튄 유럽 명품업계…“중국제 택갈이 사실 아냐”

입력 2025-04-27 18:03
중국의 한 루이비통 매장. 바이두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유럽 명품 브랜드로 튀었다. 중국의 중소 제조업자들이 미국의 관세인상에 반발해 값비싼 유럽 명품 상당수가 중국에서 헐값에 생산된다고 주장하는 영상을 틱톡에 올리면서 택갈이(태그 바꿔 달기)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유로뉴스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명품산업을 대표하는 기관인 콜베르위원회의 베네딕트 에피네이 회장은 최근 프랑스 위조방지협회가 각 브랜드를 대신해 틱톡과 메타 등 소셜 미디어 회사에 “명예훼손적 허위정보를 중단하기 위한 중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는 미·중 관세전쟁 이후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가방들이 중국에서 제작됐지만, ‘프랑스산’으로 탈바꿈해 엄청난 마진으로 판매된다고 주장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특히 왕성이라는 이름의 틱토커가 “전 세계 명품 가방의 80%가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면서 “명품 브랜드들은 거의 완성된 가방을 가져가서 재포장하고 로고를 부착한다”고 주장한 동영상은 600만회 이상 조회됐다. 왕성은 스스로 명품 브랜드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납품하는 중국 공장에서 일한다고 주장했다.

디올에서 17년간 일한 한 재단사는 “(디올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디올에서 장인을 양성하는 데는 최소 5년이 걸린다. 실제로 심각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디올을 소유한 LVMH 그룹은 프랑스에 120개, 이탈리아에 66개의 작업장을 두고 5만8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에르메스는 프랑스에 60개, 스위스·이탈리아·영국·미국·포르투갈·호주에 15개의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에는 없다.

프랑스는 제품에 ‘메이드 인 프랑스’ 라벨을 붙이려면 엄격한 법률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만든 제품이 이 라벨을 받기는 어렵다. 이 법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실질적 변형’을 거쳐야만 ‘메이드 인 프랑스’ 라벨을 붙일 수 있고 프랑스 재무부는 이를 단속하는 전담 부서를 두고 있다.

패션·명품 전문 탐사보도 기자 노에미 르클레르크는 “하위 명품 중 일부는 생산공정이 부분적으로 중국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최상위 명품 브랜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업계가 베일에 싸여있어 중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고 100% 단언할 수 있는 브랜드는 없다”고 유로뉴스에 말했다.

이어 “그래도 틱톡 등의 영상에 나오는 제품은 대부분 위조품일 것”이라며 “이런 영상을 올린 틱토커가 명품 브랜드 납품업체에서 일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정치적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인상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거짓 주장을 폈을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