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는 더 이상 목회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교회를 함께 세우는 평신도도 목회적 소양과 신학적 깊이를 갖출 수 있어야 합니다.”
박성진(57)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MBTS) 아시아부 학장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프리미어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신학교육은 ‘엘리트 훈련’에서 ‘평신도 동역자 훈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MBTS 아시아부는 2014년 200여 명 수준이던 학생 수가 현재 약 1000명으로 5배가량 증가했다. 이 중 한인 학생이 720명, 중국인이 280명에 달한다.
성장 비결은 ‘평신도 맞춤형 커리큘럼’
MBTS는 미국 남침례교단 산하 6개 신학교 중 하나로, 하버드·예일·프린스턴 신학교 등과 함께 북미신학교협회(ATS)에 소속돼 있다. ATS 통계에 따르면 MBTS는 지난해 가을학기 기준 미국·캐나다 주요 신학교 중 재학생 수 1위(5400명)를 기록했다.
박 학장은 아시아부 성장의 배경으로 ‘평신도 맞춤형 커리큘럼’과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꼽았다. 부임 초기 박사과정 중심의 소규모 한국부였던 아시아부는 2016년 중국어부 개설을 계기로 통합부서로 확대됐다. 현재 16명의 직원과 60여 명의 교수진이 사역하고 있다.
석사과정은 평신도 리더를 위한 단계별 구성으로 수강생의 약 40%가 평신도다. 기초 신학 입문 과정인 MTS(일반신학 석사)부터 전공 심화의 MA(문학 석사), 목회언어와 실천 역량을 포함한 M.Div(목회학 석사)까지 단계적으로 학위를 확장할 수 있다. 박 학장은 “처음부터 81학점짜리 M.Div를 제시하면 부담을 느끼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신학에 대한 흥미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석사과정은 100% 온라인, 박사과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문인 선교사나 해외 사역자들도 사역지를 떠나지 않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그는 “복음을 전하다 신학의 필요성을 절감한 선교사나 대학교수들이 현장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박 학장은 평신도 신학교육의 필요성을 직접 체험했다. 한양대·포항공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자동차 연구소에 근무하다 성경번역선교회를 통해 소명을 받아 신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미국 달라스 신학교와 히브리 유니온 칼리지에서 신학과 고대근동학을 전공하며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제자훈련을 통해 교회 리더로 오랜 시간 섰던 나 역시 신학교에 와서야 내가 얼마나 성경을 모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며 “신학교는 평신도도 목회적·신학적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진리를 흘려보내는 교육… 현장에 닿아야 의미 있다
박 학장은 “교육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진리가 흘러가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이사야 40장 4절을 언급했다. “하나님의 진리는 골짜기를 메우고 산을 넘어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 교육도 그래야 합니다.”
이런 철학 아래 그는 아시아부 박사과정을 실천 중심 교육 모델로 재편했다. 대표적으로 목회학 박사(D.Min) 과정에 PBL(Project-Based Learning)을 도입해 학생들이 실제 사역지에서 선교·교육 프로젝트를 설계하도록 했다. 선교학 과목의 경우 자신이 속한 지역을 분석하고 필요한 사역을 기획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는 “이런 훈련은 평신도 사역자와 담임 목회자가 실제 교회 사역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 신설한 교육학 박사(Ed.D) 과정도 실천적 필요에서 출발했다. 그는 “선교지에서 신학교육을 감당하려면 Ph.D나 Ed.D가 필요하다”며 “공교육 위기 속 기독교 세계관을 정립하려는 교육적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여러 신학교를 방문해온 그는 “신학교육의 질이 곧 그 나라 기독교의 수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며 “신학교육이 바로 서야 건강한 신앙 공동체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TS는 4차 산업혁명이 신학교육과 선교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고 선교지에서 각자의 ‘모국어’로 신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현지인을 위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이를 위해 AI 기반 번역 시스템을 도입해 제3세계 언어로 1차 번역한 뒤 현지인의 재번역과 감수를 거쳐 양질의 교재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상 중이다. 그는 “많은 선교지엔 교과서 하나 없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시스템이 기초 신학 교육의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선교단체 및 현지 신학교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의 비전은 그 나라 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로 올바른 신학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이것이 진정한 선교 교육이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교회와 신학교, ‘배려의 문화’ 회복해야”
박 학장은 한국 교회와 신학교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배려의 문화”를 꼽았다.
“지금 한국 교회는 이론적 신본주의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바라보실지 생각하며 동역자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절실합니다.”
MBTS는 미국 남침례교단의 재정 지원으로 학점 당 등록금이 300달러가 채 되지 않는다. 미국 남침례교회들은 예산의 약 15%를 교단 헌금으로 모아 선교사 후원, 미자립교회 지원, 신학교 운영에 사용한다. 그는 “최상위권 신학교 중에서도 가장 낮은 등록금으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미국은 개척교회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자립률이 20~30%에 이르지만, 한국은 아직도 맨땅에 헤딩하듯 사역을 시작한다”며 “작은 교회와 사역자들을 세심하게 돕고 부목사·전도사들이 다음 사역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훈련과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