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물가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외식 업계도 타격을 입은 가운데 피자 프랜차이즈들의 실적도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해졌고 가격 부담이 적은 간편식 출시도 활발해지면서 피자 업황 위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미노피자 운영사인 청오디피케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2억원으로 전년(2095억원)보다 4.0% 감소했다. 다만 판매관리비(판관비) 절감 노력을 통해 비용을 줄이면서 영업이익은 전년의 51억원 대비 37.2% 증가한 70억원을 기록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적자 폭이 전년(16억원)보다 31.3%% 늘어나 2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141억원으로, 전년(179억원) 대비 21.2% 감소했다. 미스터피자는 1990년 가맹사업에 뛰어든 뒤 굴지의 피자 브랜드로 자리 잡았지만 2010년대 후반 경영진의 갑질 파문으로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입은 뒤 부진의 늪에 빠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미스터피자의 가맹점 수는 2021년 216개에서 2023년 183개로 줄었다.
파파존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전년(42억원)보다 17.2% 감소했다. 매출 원가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탓이다. 매출은 5.5% 증가한 718억원이었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피자헛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글로벌 본사인 얌브랜즈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MFA) 종료가 임박하면서 브랜드 자체가 국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피자헛이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한 달여 앞두고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과의 분쟁이 여전한 데다 수익성도 떨어진 상태라 새 주인을 맞이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3621억원에서 2020년 1조5622억원, 2021년 1조7850억원, 2022년 1조8195억원으로 조금씩 늘었지만 사실상 제자리 걸음 하고 있다. 문 닫는 피자 가게는 늘고 있다. 공정위 자료를 보면 주요 피자 브랜드들의 폐점 가맹점 수는 2020년 580여개에서 2022년 1000곳을 넘겼다.
소비자가 외식 피자를 외면하는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가격이 저렴한 냉동피자 등 대체제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편의점 CU가 최근 5년간 냉동 간편식의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올해(1월 1일∼4월 20일) 냉동 피자의 매출 비중이 28.1%를 기록하며 냉동 만두(27.2%)의 매출을 뛰어 넘었다. 냉동 피자는 2021년 17.9%로 냉동 간편식 중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낮았지만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가 올해 처음으로 20% 후반대 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 플랫폼을 통한 배달 수요가 늘어난 데다 고물가 기조로 집에서 가성비 피자 등 냉동간편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다양한 맛과 용량의 냉동 피자들이 꾸준히 출시됐고 에어 프라이어 등 조리 기구가 보급돼 냉동 피자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