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1시. 인천 계산교회(김은성 목사)를 들어서자마자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이 “장애공감 부스 체험하고 가세요”라는 인사로 반겼다. 이날 교회는 장애인 주일을 맞아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시각 청각 지체장애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물 주세요.”
청각장애 공감부스에서 서툰 몸짓으로 수어를 배우던 방영자(81) 권사는 오른손을 입 가까이 가져다 대며 물을 구매하는 상황을 반복해 연습했다. 방 권사는 80년 넘게 수어를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수어가 청각장애인들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도구가 된다는 생각을 했고 늦었지만 배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점자를 만져보고 눈을 가린 채 원하는 음료를 고르는 시각장애 부스도 운영됐다. 안대를 낀 신이빈(11)양은 평소라면 쉽게 골랐을 음료수를 눈을 가리자 고르지 못했다. 신양은 “음료수에 적힌 점자에 모두 ‘음료’라고만 적혀있어 내가 마시고 싶은 음료를 고르지 못했다”며 “장애가 있는 분들이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손지민(11)양은 “안대를 끼고 시각장애 체험을 하면서,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교회와 예배당 입구에서는 여덟 명의 청년들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교인들에게 주보를 나눠주고 있었다. 안내봉사를 하는 이들은 20세 이상 지적장애인으로 구성된 청년베데스다 청년들이었다. 청년베데스다 소속 최혜성(29)씨는 “교회 안내를 처음 해봤는데 교인분들이 웃으면서 맞아주셨다”며 “칭찬도 많이 받고 엄지를 올리며 ‘최고’라고 해주셔서 너무 뿌듯하다”고 전했다. 10년째 청년베데스다를 섬기고 있는 황선자(69) 권사는 “장애인주일 행사와 청년베데스다 안내봉사는 교회가 장애 있는 이들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함께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사를 자원한 청년들을 안내봉사자로 세웠는데 오늘을 계기로 이들은 또 성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지난해부터 행사를 시작했고 올해는 그 규모를 확대했다. 김은성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에 “지난해 장애인주일을 보내며 교회 안에서 장애인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고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을 봤다”며 “온 교회가 장애인주일을 함께 지키고 이를 기쁘게 공감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당장 장애인이 없더라도 교회는 모든 이들을 환영하고 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도 지난 20일 장애인주간 체험과 전시를 열었다. 교회는 20일부터 26일까지를 장애인주간으로 정하고 ‘다름 아닌 닮음으로’를 주제로 행사를 진행했다. 수어 배우기, 점자블럭체험, 휠체어체험 등으로 장애를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신체 시각 청각보조기기 등을 전시했다. 25일에는 시각장애인 국악인 이현아 자매와 김용익 영락농인교회 목사 등을 초청해 장애인과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인천=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