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등 그린 컨디션은 오거스타내셔널GC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중인 임성재(26·CJ)의 경기도 파주시 소재 서원밸리CC에 대한 평가다. 임성재는 지난 24일 서원밸리CC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에 출전했다.
대회 3연패 도전에 나선 임성재는 이틀간 4오버파를 쳐 아쉽게도 컷 탈락했다. 시차적응에 애를 먹은데다 웨지샷 거리감 조절에 실패한 게 부진 원인이었다.
임성재는 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공동 5위에 입상한 뒤 시그니쳐 대회인 RBC헤리티지를 마치자마자 귀국길에 올랐다. 대회 개막 이틀 전인 지난 22일 입국한 임성재는 23일 딱 하루 코스를 돌아 본 뒤 대회에 출전했다.
임성재가 서원밸리CC에서 라운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우승했던 2023년과 2024년 대회 코스는 서원밸리CC가 아니었다.
첫날 4오버파로 부진했지만 이튿날은 이븐파로 선전했다. 하지만 컷 기준타수인 3오버파에 1타가 모자라 대회 3연패 뜻을 접어야 했다.
비록 컷은 통과하지 못했지만 임성재는 대회 코스 세팅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는 “아직 러프 잔디 밀도가 균일하지 못한 걸 말고는 전체으로 좋았다”라며 “그린은 경도가 다소 딱딱해 거리 조절이 힘들었지만 스피드는 오거스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이번 대회 그린 스피드는 나흘 내내 3.8m로 세팅됐다. 내리막 라이일 경우 오거스타 ‘유리알 그린’이 무색할 정도로 빨랐다. 그런 스피드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혀를 내두르는 건 당연했다.
우리나라 골퍼들 사이에 국내 골프장 컨디션이 가장 좋을 시기는 ‘5.16부터 10.26까지’라는 속설이 있다. 우리의 슬픈 정치사에 빗댄 말이지만 그 시기에 잔디가 가장 좋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월 하순, 그것도 경기 북부 지역 소재 골프장 컨디션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서원밸리CC는 달랐다. 스코어가 말해 주듯 출전 선수들이 플레이에 진땀을 뺀 것은 사실이지만 코스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선수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서원밸리CC 정석천 대표는 “우리 골프장은 대회 코스 세팅을 1년 내내 한다고 보면 된다”라며 “지금이 그린 밀도가 가장 좋을 때다. 그런데다 대회 기간 내내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다. 매일 그린에 살수를 했음에도 그린 표면이 바짝 마른 상태다. 그래서 계획했던 것보다 경도가 조금 딱딱했을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서원밸리CC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그린예고, 습도, 경도, 스피드, 평탄성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뒤 관리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서원밸리코스를 한국의 10대 코스로 오르게 한 원동력이 된 셈이다.
그런 철저한 관리는 골프장 모기업인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의 남다른 골프 사랑에서 비롯됐다. 최 회장은 서원밸리 코스는 말할 것도 없고 아우뻘인 서원힐스 코스에서 개최되는 모든 대회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것을 늘 강조하고 있다.
서원밸리코스와 서원힐스코스에서는 그동안 많은 대회가 개최됐다. 서원밸리 코스에서는 KPGA투어 대회는 투어 챔피언십, KLPGA투어 대보하우스디오픈이 열렸다. 서원힐스 코스는 작년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레이디스 오픈을 개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올해는 우리금융 챔피언십 외에 오는 10월에 KPGA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이 서원밸리 코스에서 열린다. 매년 추석 연휴 기간에 개최됐던 대보건설 주최 KLPGA투어 대보하우스디오픈은 서원힐스 코스로 장소를 옮겨 시즌 최종전으로 열린다.
최등규 회장은 주니어 육성에도 각별하다. 최등규배 매경아마선수권대회를 매년 서원밸리코스에서 개최하고 있다. 이 대회도 그린 스피드를 3.4m로 맞춰 주니어들이 글로벌 코스 세팅을 경하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현재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중인 작년 이 대회 우승자 김민수(17)와 정민서(18)가 지난 25일 대만아마추어선수권대회 남여 동반 우승을 차지한 것도 바로 그런 경험 덕이었다.
최등규 회장은 2022년에 대보골프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국내 프로 골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는 고군택(25) 등 KPGA투어서 활동중인 4명, 최예림(25) 등 KLPGA투어 소속 5명 등 총 9명으로 골프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2000년부터는 매년 5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그린콘서트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류 스타들의 재능기부로 열리는 이 콘서트는 작년까지 누적 관람객 57만명, 누적 자선기금은 7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K-콘서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활약으로 최등규 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골프 전문지 '골프 Inc'에 의해 ‘아시아 골프산업 영향력 있는 인물(The Most Powerful People in the Asian Golf Industry) 톱10’ 3위에 선정됐다.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은 4년 연속이다.
최등규 회장은 “골프를 사랑하는 골프 애호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나라 골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생각이다”는 뜻을 밝혔다.
파주(경기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