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순경 사건 “위령탑 하나 짓는데 42년 세월 걸렸다”

입력 2025-04-27 13:15
2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의령 4·26 추모공원'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의령군 제공

“40년 전 그날 남편을 잃었다. 내 몸에도 총알이 세 발 지나갔다. 당시 대통령이 왔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세월이 지났다. 나라도 못한 일을 의령군이 했다. 여한이 없다.”

26일 오전 경남 의령군 궁류면 ‘의령 4·26 추모공원’에서 배병순(93) 할머니가 연신 허리를 숙이며 이같이 말했다.

고 전종석 씨가 생전에 두 자녀와 다정하게 찍은 가족사진이 주제 영상을 통해 공개되자 현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의령군은 이날 ’의령 4·26 추모공원’에서 희생자 유가족, 지역 주민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의령4·26위령제 및 추모공원 준공식’을 열었다.

우순경 사건은 1982년 4월 26일 경찰관 우범곤 순경이 마을 주민에게 총을 무차별 난사해 56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의령군은 이날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지난해 42년 만에 처음으로 군 주최 위령제를 열었고 올해는 추모공원 조성을 완료해 위령제와 준공식을 함께 열었다.

사업비 약 30억 원을 투입해 8891㎡ 규모로 조성된 이 공원은 기존 추모 공간이 있는 위령탑 주변에 휴식·놀이·편의시설을 갖춘 복합문화역사공원 형태로 지어졌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4·26추모공원 탄생과 완성에 두 정치인이 있다. 김부겸 전 총리가 국비 지원으로 사업 시작에 힘을 보탰고,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특별조정교부금을 지원해 사업 마무리를 확실히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위령제에는 김성희 경남경찰청장이 참석해 ’유가족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우순경 사건에 대한 첫 공식사과를 했다.

또 사건 당시 부상자 20여 명을 치료한 제일병원 정회교 대표원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도 이어졌다.

오태완 군수는 “위령탑 하나를 건립하는데 42년 세월이 걸렸다”며 “이제는 유족들이 염원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일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의령=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