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지 싼 흉기 들고 “살인 충동 드네”…2심서 무죄 왜?

입력 2025-04-27 11:07 수정 2025-04-27 11:11
국민일보DB

경기도 한 병원에서 신문지에 싼 흉기를 소지한 채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며 혼잣말을 했다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50대 남성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4부(부장판사 김희석)는 A씨(59) 특수협박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2023년 9월 A씨에게 벌금 500만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12월 15일 정오쯤 경기도 한 정신과 의원에서 간호사와 환자들을 위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약물을 처방해달라’는 요구가 거절당하자 화가 나 미리 준비한 신문지에 말아 놓은 흉기를 선반 위에 올려놓은 뒤 간호사 B씨(47)와 환자들에게 “여기에 들어 있는 게 뭔지 아느냐. 흉기다. 사람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1심은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신문지에 쌓인 흉기를 보여준 사실, 혼잣말로 ‘교도소에도 다녀왔다’는 등 중얼거린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있고 협박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면서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직접 협박할 의도를 가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 상태나 삶에 대한 넋두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나 병원 관계자가 피고인 건강 상태를 고려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 증거로는 피해자 B씨 진술이 유일한데, 피해자는 원심(1심) 법정에서 ‘지금 봐서 협박을 가하거나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신문지에 싼 흉기를 대기실 선반에 올려두고 혼잣말을 해 피해자와 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자의 원심법정 진술 및 사건 전후 정황 등에 비추어 보면 협박죄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