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작가의 26번째 개인전 '비트윈 더 서클(between the circles)'이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서울 목동 구구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심상(心象) 시리즈와 서클(Circle) 시리즈를 넘어선 새로운 시도로, 비선형성과 리좀적 구조를 통해 동시대 추상의 지평을 확장했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사실적 묘사보다는 내면의 구조와 감각적 움직임에 주목해왔다. 특히 반복적으로 화면을 긁어내는 '스크래치' 기법을 일관되게 구사하며, 겹겹이 덧칠한 캔버스를 조각도로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화면 안에 내적 질서를 형성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김 작가 특유의 기하학적이면서도 비선형적인 작품들이 대거 출품된다. 감자뿌리처럼 얽히고 설킨 구조의 리좀적 이미지들은 다양한 원들이 서로 겹치고 교차하면서 유기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각 원은 마치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추듯 유려하게 이어지며, 복잡하게 얽힌 클러스터나 뉴런 네트워크를 연상시키는 생명감과 역동성을 전달한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모든 창조적 원리는 무(無)에서 유(有)로, 다시 유에서 무로 순환하며, 인간의 행동 방식 또한 이러한 순환 속에서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클은 순환과 회귀, 돌고 도는 알고리즘을 상징하며, 이를 유희적인 패턴으로 표현했다“면서 ”이는 곧 네트워크와 인간관계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특별기획한 구자민 구구갤러리 대표는 “굵은 긁힘의 면선과 가느다란 실선이 어우러진 다층적 선의 하모니가 인상 깊다”며 “선과 선, 원과 원, 관계와 관계 사이가 연결되며 하나의 우주를 이루는 감각적인 구성”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의 이번 초대전은 내달 14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오프닝 행사는 오는 26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