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이 근감소증을 개선해 준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지난 24일 경기도 과천 상상자이타워에서 열린 고려인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다.
근감소증은 나이들며 근육의 양, 근력, 근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질환으로 골다공증, 낙상, 골절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분류해 상병 코드를 부여했고 한국은 2021년부터 정식 질병으로 인정했지만 아직 직접적인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박중훈 교수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홍삼이 노화로 인한 근감소증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근육의 질과 기능은 물론 대사 기능까지 전반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노인성 근감소증 유발 동물(마우스)모델 실험을 통해 홍삼의 예방 및 치료적 효과를 평가했다. 근감소증 관련 예방 실험(홍삼을 먼저 투여해 예방 여부를 확인하는 실험)에서 생후 2개월부터 6개월까지 홍삼 농축액을 투여한 결과 장딴지근은 17.7%, 가자미근(장딴지근 바로 밑 근육)은 65.8% 근육량 증가 효과가 나타났다.
또 치료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근감소증이 발현된 생후 10개월 이상 마우스에 홍삼을 8주간 투여한 결과 인슐린 감수성이 25.8% 증가하고 에너지 소비량 및 자발적 보행 활동량도 유의하게 늘어난 점을 확인했다.
근육 조직 분석에서는 더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유산소성 대사 기반의 근섬유인 ‘타입1(마라톤처럼 지구력에 적합)’과 ‘타입2A(지구력과 강한 힘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활동에 적합)’ 비율이 증가했다. 반면 ‘타입2B(짧은 시간 내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피로가 빨리 옴)’ 비율은 감소했다. 이는 근육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전환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장딴지근과 가자미근에서의 미토콘드리아 함량은 최대 2.3배 증가했고 근섬유 횡단 면적은 부위별로 20~35% 확대돼 근육의 질이 구조·기능적으로 모두 개선된 게 확인됐다. 아울러 내당능과 인슐린 감수성 지표에서도 유의한 개선 효과가 나타났고 에너지 소비량과 자발적 보행 활동 증가 등 대사 활성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박중훈 교수는 “홍삼을 지속 섭취하면 근감소 개선과 더불어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대사 질환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내과학교실 이용호 교수팀은 홍삼이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과 그로 인해 유발된 근감소증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전 임상시험 결과를 내놨다.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은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대사 이상이 있으면서 간 내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로, 과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으로 불렸다. 간염과 간섬유화 뿐 아니라 간경변, 간세포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게다가 근감소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팀은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대사 이상 지방간염 및 간섬유화를 유도시킨 뒤 홍삼을 10주간 경구 투여한 결과 지방간질환이 개선됨을 확인했다. 간-체중 비율 및 간수치(ALT)가 감소했고 간 조직 내 지방 축적과 섬유화가 완화된 걸로 나타났다. 근감소증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 근 기능 평가 지표를 활용해 지방간염을 유도한 시점과 홍삼을 10주간 투약한 시점에서 근 기능을 평가해 비교 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근력 및 지구력 향상 효과가 관찰됐고 근육 조직의 양·질적 개선도 함께 확인됐다.
이 교수는 “홍삼 섭취가 간 노화를 개선하고 근감소증까지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