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를 찾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을 뇌물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기소 자체도 부당하고, 정해진 방향대로 무조건 밀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기억하는 범위 내의 답변을 이미 작성해놓고, 다만 좀 더 사실관계를 깊이 있게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 기록관 직원들이 기록을 열람하고 있었다”며 “검찰과 협의·조율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전격적으로 기소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검찰이 정치화돼 있고 검찰권이 남용된다는 단적인 사례 같다”면서 “개인적 무고함을 밝히는 차원을 넘어서서 검찰권 남용과 정치화를 제대로 덜어내고 국민께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울러 우 의장에게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 나라를 빠르게 정상화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대립·분열이 지속되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상당한 혼란이 예상된다”며 “인수위원회도 없이 시작해야 하는 정부이므로 국회가 새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이른 시일 내에 나라와 민생이 안정되도록 많은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는 “국회가 정말 큰 역할을 해줬다”며 “당시 의장께서 침착하게 절차에 따라 회의를 진행해 아무도 시비 걸 수 없는 계엄 해제 의결을 끌어낸 강인한 의지·리더십 덕분이었다”고 우 의장과 국회에 감사를 표했다.
우 의장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두고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시기적으로 내용적으로 잘 납득되지 않는다”며 “절차 등에 부족한 점이 없는지 국회에서도 잘 살펴봐야겠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尹 비판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4·27 판문점 선언 7주년 기념식에서 “12·3 비상계엄은 대한민국 퇴행의 결정판이었다”며 “(윤석열정부 3년간) 김대중·노무현·문재인정부가 국민과 함께 공들여 이룩한 탑이 여기저기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화된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시대착오적 일이 대명천지에 벌어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수십 년 전 군부독재 시대에나 있었던 어둠의 역사가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되는 것을 보고 세계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심하면 언제든지 역사를 거스르는 퇴행적 시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늘 깨어 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 역사의 반동을 막고 계속 전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새삼 절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승격한 유일한 나라, 지난 8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라는 국민적 자부심이 무너졌다”면서 “‘눈떠보니 선진국’이라는 자긍심은 사라지고 추락하는 대한민국이라는 탄식과 우려가 커져만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임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더욱 참담하고 무거웠다”면서 “지난 3년은 그야말로 반동과 퇴행의 시간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멈춰 서고 뒷걸음질 쳤다. 대한민국 국격은 무너져 내렸고, 국민의 삶은 힘겨워졌다”고 꼬집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