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파트너들이 제안한 모든 것을 실행하겠다”며 “우리의 법률과 헌법에 위배되는 것만은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제안한 종전안의 핵심인 ‘크림반도 이양’에 대한 거부 의사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평화협정을 위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인정 등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우크라이나 헌법 제2조는 주권이 ‘전 영토에 걸쳐’ 있으며 ‘현재의 국경 내에서는 분할할 수 없고 불가침’이라는 내용이다.
헌법상 우크라이나의 영토로 간주되는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기기 위해서는 국민투표가 필요한데, 계엄 상태인 우크라이나는 개헌이 어려운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 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아닌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침공을 중단하거나 휴전에 동의하라는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압박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러시아에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실질적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외에 공식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하기로 했다. 전날 키이우에서 최소 12명이 사망하고 90명이 다친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