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3명 중 1명꼴로 살면서 한번쯤은 젠더폭력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40%는 자신이 여성폭력 피해자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이 더욱 커진 탓이다.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와 교제 폭력 등 다변화하는 여성폭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향후 5년동안 시행되는 피해자 보호·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9월 30일부터 11월 1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70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36.1%였다. 3년 전 조사보다 1.2%p 늘어난 수치다. 지난 1년간 발생한 피해자도 전체 응답자의 7.6%에 달했다.
가장 많았던 피해 유형은 성적 폭력(53.9%)이었다. 뒤이어 정서적 폭력(49.3%), 신체적 폭력(43.8%), 통제(14.3%), 경제적 폭력(6.9%), 스토킹(4.9%) 순이었다. 응답한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이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 이들은 주로 10~40대에 피해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체적 폭력의 70% 이상, 성적 폭력의 80% 이상이 40대 이전에 발생했다.
스토킹의 경우 20대에서 피해가 가장 두드러졌다. 스토킹 가해자는 ‘헤어진 전 연인’이 29.4%로 가장 많았으며, ‘사귀고 있던 사람(28.7%)’ ‘당시 배우자(14.3%)’가 뒤를 이었다.
‘일상에서 여성폭력을 당할까봐 두렵다’고 느끼는 여성도 40%로 지난 조사 대비 3.6%p 늘어났다. 다만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느낀 응답자는 20.9%로, 3년 전 조사 대비 4.6%p 증가했다. 사회는 안전해졌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더욱 커진 셈이다. 여가부는 “‘스토킹처벌법’ 등 신종 범죄에 대한 법과 제도는 정비되고 있지만 교제 폭력이나 딥페이크 등 일상을 위협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선제적 대응…아동·청소년 보호 강화
이에 여가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3차 여성폭력방지위원회를 열고 ‘제2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는 5년마다 시행되는 법정 기본계획으로 제1차 계획은 2020년 시행돼 지난해 만료됐다.이번 기본계획의 핵심은 디지털 성범죄 대응 체계와 아동·청소년에 대한 보호 강화다. 여가부는 우선 ‘중앙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중앙 디성센터)’를 365일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하고, 전국에 있는 각 센터의 상담 전화를 1366으로 일원화한다. 피해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부터 유통 차단, 수사, 처벌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중앙 디선센터를 ‘중앙 디지털성범죄종합대응센터’로 개편할 예정이다.
또 딥페이크 촬영물을 인공지능(AI) 기술로 실시간 감시하고,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대상을 기존 아동·청소년에서 성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더욱 엄격히 단속·처벌한다. 대표적으로 성착취물, 그루밍,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성착취 피해아동·청소년’으로 규정하고 보호·지원을 강화하는 ‘청소년성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온라인으로 한정된 그루밍 처벌 범위를 오프라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새로운 유형의 여성폭력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피해자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나가기 위한 정책과제를 이번 제2차 여성폭력정책 기본계획에 담았다”며 “여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일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폭력‧디지털성범죄‧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 등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1366(국번없이 ☎1366)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