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역대급 피해를 낸 ‘경북 산불’을 유발한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대구지법 의성지원 공병훈 영장전담판사는 성묘객 A씨(50대)와 과수원 임차인 B씨(60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공 판사는 “피의자들의 실화를 입증할 주요 증거들이 이미 수집돼 있으며, 실화와 다른 원인이 경합해 수만㏊에 달하는 산림이 소훼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피의자들의 행위와 인과관계가 있는 피해 범위를 확정하는 부분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출된 수사 기록만으로는 주거 부정, 도망 및 증거 인멸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등을 종합해 현 단계에서는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의성지원에서는 두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20여분간 진행됐다.
A씨는 경찰 수사에서 혐의를 인정했으며, B씨는 이날까지 혐의 사실을 부인 중이다.
A씨는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에서 조부모 묘소에 자라난 어린나무를 태우려고 나무에 불을 붙였다가, B씨는 용기리 한 과수원에서 영농 소각물을 태웠다가 산불로 확산하게 한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과 산림 당국은 괴산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태풍급 바람을 타고 영덕까지 번졌으며, 용기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안동시 풍산면과 풍천면 하회마을 일대로 번져나간 것으로 확인했다.
경북 산불은 5개 시·군으로 확산하면서 149시간 동안 순직한 헬기 조종사를 포함해 27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산림 피해 면적도 9만9000여 ㏊로 추산됐다.
의성=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