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세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중국의 저가 건설 자재가 한국에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 건설 자제를 공급하던 중국 업체가 판로를 변경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고환율 여파로 급증한 원자재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국내 건설사 입장에선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24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105.1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2.2포인트 상승했다. 주산연은 “미국 관세로 인한 불확실성이 물가와 환율 상승을 유발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를 거란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2015년=100)는 지난 2월 기준 131.04다. 재료,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공사비 변동을 추적하는 지표다.
건설사의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중국산 저가 건설 자재가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았던 지난해 국내 유입된 중국산 후판(두께 6㎜ 이상의 강판)은 117만9328t에 달한다. 전체 소비량의 16.8%가 중국산이었다. 국산보다 t당 10만~20만원 저렴하다. 중국산 후판이 쏟아져 들어오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절감을 위해 중국산 후판을 찾는 건설 현장이 적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아직까지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자재의 수입 비중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4월 건설동향 브리핑’에 따르면 건설업의 수입 의존도는 3.4%다. 전기·가스·수도·하수(25.4%)나 광업·제조업(19.2%) 분야 등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자재의 90%가 한국산이고 나머지 10% 정도가 중국산”이라고 설명했다. 건설 자재 가운데 석제품(31.2%)과 합판(39.6%) 등은 상대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마감 자재는 중국산을 많이 쓰고 있다. 품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관세가 오르더라도 중국산이 가격적인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산을 들여오면 원가는 절감할 수 있지만 KS 인증 등 품질 관리에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대형 건설사가 시공한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단지에서 하청업체가 KS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를 시공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막힌 중국산 건설 자재를 중동이나 동남아 등 제3국으로 밀어내면 중국 건설업체에 밀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율이 낮아질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백시멘트나 H빔 등 저가 중국산 자재의 덤핑 공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