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골퍼’ 이승민 “비장애인과의 경쟁도 해볼만하다는 걸 보여주겠다”

입력 2025-04-24 19:05 수정 2025-04-24 22:41
24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에서 열린 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공동 13위에 자리한 이승민이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다. KPGA

“첫 날 잘 쳤으니까 동생들과 약속을 꼭 지키도록 하겠다.”

‘골프 우영우’로 불리는 이승민(27·하나금융그룹)의 각오다. 이승민은 24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파71)에서 열린 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첫날 1라운드에서 보기 4개에 버디 5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3위에 자리했다.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이승민은 KPGA투어서 활동하는 발달 장애 골퍼다. 오전조로 경기를 마친 이승민은 장애로 인해 답이 느리고 발음은 다소 어눌했지만 강하고 차분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이승민은 “오랜만에 경기를 해서인지 정신이 없어 초반 3개홀에서 2타를 잃었다”라며 “4번째 홀로 이동하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마음 먹고 더 집중하게 됐다. 바람 때문에 힘든 하루였지만 언더파로 라운드를 마무리한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일은 아이언샷 정확도를 높히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겠다”라며 “지난 화요일에 동생들과 라운드를 하면서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최선을 다해 그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이승민은 지난 22일 본 대회 사전행사로 열린 ‘2025 우리금융 챔피언십 드림 라운드’에서 자신과 같은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경북 문경시 소재 당포 초등학교에 재학중인 2명의 선수들과 동반 라운드를 했다. 이들은 이승민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멘토링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이승민은 “그 친구들한테 장애인도 노력하면 비장애인들하고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나아가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라며 “컷 통과를 넘어 ‘톱20’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기를 내보였다.

이승민은 2014년 9월에 프로가 된 2017년 6월에 KPGA투어에 입회한 뒤 그로부터 6년 뒤인 2023년에 KPGA투어에 데뷔했다. 이 대회 전까지 KPGA 투어 대회에 39차례 출전, 4차례 컷 통과가 있다. 개인 역대 최고 성적은 2023년 KB금융 리브챔피언십 공동 37위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다른 경기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윙 코치 겸 캐디로 이승민의 든든한 서포터즈로 활동중인 윤슬기씨는 지난 겨울 전지훈련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했다. 이승민은 지난 겨울에 태국 치앙마이에서 윤코치와 100일간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그는 “‘보기는 많이 쳐도 괜찮다. 보기 5개를 쳐도 버디를 6개 치면 언더파가 되니까 버디를 많이 잡자’라는 전략으로 동계 훈련을 했다“라며 “오늘 버디가 많이 나온 것도 그런 훈련 영향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10번 홀(파4)에서 출발한 이승민은 14번 홀(파4)부터 17번 홀(파3)까지 4개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윤코치는 “그린 미스를 하면 보기로 이어졌다. 반면 레귤러온에 성공한 홀에서는 버디가 많았다”고 라운드를 복기했다.

그는 “드라이버 비거리는 작년보다 더 늘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티샷과 웨지샷 정확도도 나쁘지 않았다”라며 “지금은 샷이 많이 안정이 된 것 같다. 거기다 자신감도 꽤 붙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스스로 조금 주눅이 들어 플레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비장애 선수들과 경쟁해도 해볼만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자신감이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대견스러워 했다.

이승민은 올 시즌 주로 차이나 투어에서 활동한다. 작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차이나투어 시드를 획득해서다.

윤슬기 코치는 “(이)승민이의 올해 목표는 US어댑티브 오픈 우승으로 장애인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승민은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관하는 2022년 US어댑티브 오픈에서 우승했다. 2023년과 작년에는 준우승에 그쳤다. 현재 장애인 골프 세계랭킹은 2위다.

윤코치는 “이 대회를 마치고 나면 SK텔레콤 오픈과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등 KPGA투어 대회에 출전한다”라며 “이후 차이나 투어 2개 대회를 뛰고 US어댑티브 오픈에 출전하게 된다. 여름 휴식기에는 다시 치앙마이로 가서 부족한 부문을 더 훈련할 계획이다”는 향후 일정을 밝혔다.

파주(경기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