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발행한 암호화폐를 많이 산 투자자들을 만찬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코인의 가격이 급등했다. 대통령직을 이용한 사익 추구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출시한 암호화폐인 ‘$TRAMP(슈퍼트럼프)’ 웹사이트는 이날 상위 투자자 220명을 초대해 대통령과 만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공지문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음 달 12일 사이의 슈퍼트럼프 코인 평균 잔액을 기준으로 상위 220명을 선정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 초대한다. 투자자 순위표는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만찬은 다음 달 22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비공개로 진행된다.
특히 상위 25명은 만찬 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며 백악관 VIP 투어에도 초대된다. 현재 기준으로 상위 25위 투자자는 약 5만4000달러(7753만원) 상당의 코인을 소유하고 있다.
공지문에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커뮤니티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세요!” “당신이 소유한 트럼프 코인이 몇 개인지 대통령에게 알려주세요!” 등의 문구가 포함됐다.
NYT는 이에 대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벤처 중 하나에 투자하는 대가로 백악관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슈퍼트럼프 코인 가격은 이날 오후 14.6달러까지 치솟아 24시간 전 대비 60.6% 급등했다. 다만 지난 1월 취임식을 앞두고 코인을 공개했을 당시의 최고가(약 75달러)보다는 여전히 낮다.
암호화폐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의 딜런 베인 분석가는 트럼프의 투자자 초대에 대해 “코인 가격이 내려가자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갖고 사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식을 사흘 앞두고 트루스소셜에 슈퍼트럼프 코인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매출이 즉시 급증했으나 얼마 안 돼 코인 가격은 폭락했다. 코인을 산 트레이더들은 20억 달러 이상의 누적 손실을 입었다.
트럼프 코인을 대거 구입한 이들은 주로 트럼프의 후원자들이었다. 트럼프와 연결된 사업체도 상당한 양의 코인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 내부자들은 공모 당시 규칙으로 인해 지난 주까지 코인을 판매할 수 없었다. 이들이 코인 처분에 나서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초대장이 나와 코인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와 그의 비즈니스 파트너들은 슈퍼트럼프 코인이 거래될 때 수수료를 징수한다. 지난 1월 코인 출시 이후 수수료 수입만 약 1억달러(1436억원)에 달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