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정복 꿈에 입대도 미뤘다…이정효와 아이들, ‘오일머니’ 골리앗 삼킨다

입력 2025-04-24 16:39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지난달 1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비셀 고베와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 축구 정상에 도전장을 내민 K리그의 시민구단 광주FC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유럽파 스타로 무장한 ‘골리앗’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친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에서 실력으로 당당히 맞서 비주류 구단의 설움을 지우는 게 광주의 목표다. 이정효 감독은 당초 목표였던 8강을 넘어 우승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미드필더 박태준은 우승 도전을 위해 군 입대까지 미뤘다.

광주는 26일(한국시간) 오전 1시30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킹 압둘라 스포츠 시티 스타다움에서 알 힐랄과 2024-2025 ACLE 8강전 단판 승부를 치른다. 광주는 창단 후 처음 나선 ACLE에서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생존했다. 시도민 구단 사상 최초의 8강행이라는 새 역사까지 쓰며 이미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하지만 광주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광주의 최고 무기는 K리그를 대표하는 지략가이자 리더로 올라선 이 감독이다. 광주 선수들은 특유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이 감독이 꺼내드는 다채로운 맞춤형 전술들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 감독은 23일 구단을 통해 “알 힐랄을 분석했는데 우리가 조직력 면에선 앞선다고 본다. 축구는 팀으로 하는 단체 스포츠”라며 “우리 선수단의 가능성을 믿는다. 꼭 우승하고 싶고 그래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령탑만 승리욕에 불타는 건 아니다. 선수들도 우승을 목표로 똘똘 뭉치고 있다. 이달 초 국군체육부대 상무에 입대할 예정이었던 박태준은 동료들과 꿈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ACLE 출전을 위해 오는 6월로 입대를 미뤘다. ACLE 득점 1위(9골)인 외국인 공격수 아사니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알 힐랄은 객관적 전력상 압도적 우위에 있다. ACLE 최다 4회 우승, 사우디 리그 최다 19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아시아 최강 클럽이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 후벵 네베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 사비치, 칼리두 쿨리발리 등 과거 유럽에 몸담았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광주의 선수단 총연봉이 100억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알 힐랄은 선수 1인당 평균 연봉이 10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코리아컵과 리그를 포함한 이달 5차례 공식전에서 4승을 올린 광주는 최근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주축인 박태준과 헤이스의 득점은 물론 박인혁, 강희수 등의 데뷔골까지 나와 기세가 좋다. 부상에서 돌아온 가브리엘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