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는 무신사, 한국 오는 빔스…K패션·J패션 서로를 취향저격하다

입력 2025-04-24 12:06 수정 2025-04-25 11:48

일본에서는 K패션붐이 일고 한국에서는 J패션 브랜드의 진출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는 2019년 ‘노 재팬’(일본산 거부) 운동으로 주춤했던 일본 패션에 대한 관심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고가 아니면 가성비로 패션 양극화가 수년간 이어졌던 일본에는 한국 브랜드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한류 콘텐츠의 전 세계적 인기도 한몫했다.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일본 패션 브랜드가 한국에 속속 상륙하고 있다. 일본의 ‘패션성지’로 불리는 대표 편집숍 ‘빔스’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점 에비뉴엘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첫날인 4일에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빔스는 1976년 도쿄 하라주쿠에서 시작한 일본 대표 편집숍이자 브랜드로, 전 세계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패션에 대해 높아진 관심도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일본 의류 수입액은 1억1433만달러(약 1650억원)로 2020년(6769만달러)에 비해 68.9% 급증했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골드윈(Goldwin)도 올해 국내에 직진출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에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며 국내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또다른 아웃도어브랜드 앤드원더(AND WANDER), 시계 브랜드 쿠오교토(KOUE KYOTO)도 최근 한국에 들어온 브랜드들이다.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를 주로 취급하는 일본 편집숍들도 등장하고 있다. 스튜디오스(Studious)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국내 첫 매장을 열었다. 다음 달엔 비숍(Bshop)이 서울에 직영매장을 낸다.

한국 패션브랜드들도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MZ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하며 일본 주요 도시에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매장을 잇따라 열고 있다. 가성비와 하이엔드로 양극화 돼있었던 일본 패션업계에 합리적 가격과 감각적 디자인을 갖춘 한국 브랜드가 중간 시장을 파고든 것이다.

주목받고 있는 한국 브랜드로는 국내에서 ‘3마 패션’ 브랜드로 통칭되는 마뗑킴(Martin Kim),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MARITHE FRANCOIS GIRBAUD)가 있다.

지난 1월 오사카 한큐 우메다 백화점에서 열린 마뗑킴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1300명 이상이 매장을 찾으며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총 9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행사기간 매출액은 약 6억원에 달했다.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는 지난해 5월 도쿄 시부야 파르코 백화점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서 오픈 3일 만에 1억50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작년 6월 도쿄 다이칸야마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열흘 만에 5억원 매출을 올렸다.

패션 플랫폼들의 진출도 활발하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2021년 일본 법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고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무신사의 일본 내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의 일본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전년 대비 82% 성장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일본 패션업계에 정체기가 있었는데 감각적 디자인과 가격 접근성이 좋은 한국 브랜드들이 양극화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며 “인스타 등 SNS를 통한 입소문 효과에 한류 자체의 영향이 커지면서 K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