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LCK…KT 탑라이너 ‘캐스팅’ 신민제

입력 2025-04-23 20:18
LCK 제공

‘캐스팅’ 신민제는 지난해 KT 롤스터 2군에서 LCK CL 스프링·서머 시즌 우승을 차지한 탑라이너다. 올해 스플릿 1까지도 2군에서 묵묵히 기량을 갈고닦다가 이달 초 1군 합류 기회를 얻었다. 최근 연속으로 경기에 출전하면서 팀의 연패 탈출을 도왔다.

KT는 23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2025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정규 시즌 1라운드 경기에서 DRX를 2대 0으로 이겼다. 시즌 처음으로 연승을 기록하면서 3승4패(-1)가 됐다. 경기 종료 후 신민제를 만나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LCK에서 처음으로 연승을 기록했습니다.
“연승했단 것도 방금 알았어요. 팀이 다시 흐름을 되찾은 것 같아서 기대돼요. 저는 경기 날이면 늘 ‘누구에게나 질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오늘 상대에게 지지 않으려면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하면서 경기장까지 왔어요.”

-그래서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나요.
“베테랑 ‘비디디’ (곽)보성이 형, ‘커즈’ (문)우찬이 형과 코치·감독님들이 해주신 피드백들은 이미 정답에 가깝거든요. 그것만 지키면 이긴다고 생각했어요. 우선 서로가 서로에게 정보를 잘 전달하는 게 첫 번째였어요. 현재 상대에게 어떤 게 없는지, 우리에겐 어떤 게 있으니까 강한 타이밍인지. 이런 것들을 주고받는 정보 전달이 승리로 향하는 첫 번째 스텝이라면, 그 정보를 근거 삼아서 강하게 치고 나가는 게 두 번째 스텝이었어요. 게임 중에도 그걸 끊임없이 되새겼어요.”
LCK 제공

-오늘 DRX전에 맞춰 어떤 것들을 준비해왔나요.
“보성이 형이 우리 팀의 에이스니까 상대가 미드에 밴 카드를 집요하게 투자했어요. 보성이 형이 저격 밴에 맞춰서 미드 픽에 변화를 주긴 했지만 나머지 포지션에선 예상 범위 내에서 밴픽을 진행했습니다.”

-첫 세트는 어려운 게임이었어요. 어떻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했나요.
“럼블 궁극기가 미니언 웨이브 막기에 좋으니까 수비가 필요한 라인에 서서 상대방의 사이드 푸시를 늦추려고 했습니다. 이 게임에선 늘 실수를 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실수해도 멘탈을 꽉 잡고, 우리가 아직 유리한 부분은 무엇인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다행히도 KT엔 베테랑 형들이 있잖아요. 교전에서 패배해서 불리해진 게임이었지만 교전으로 상대도 소모한 것들이 있다는 걸 형들이 계속 상기시켜 줬어요. ”

-반면 2세트에선 대승을 거뒀습니다.
“첫 세트가 역전승이었잖아요. 코치님께서 경기 승패를 떠나 선수단이 잘하지 못했던 부분은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셨어요. ‘정보 전달이 안 되고 있다. 그래서 다들 무서워하고, 주춤거리고 있다’는 거였죠. 2세트에선 선수단에게 조금 더 입을 열 것을 주문하셨어요. 실제로 2세트에선 제가 선봉장으로 나서서 가장 먼저 몸을 집어넣는 플레이를 한 게 잘 먹혔고요.”

-LCK CL에 오래 있었죠. LCK는 어떤 것들이 다르던가요.
“가장 큰 차이점은 경기를 대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무대의 중압감이에요. 다들 날이 선 채로 게임 해요. 처음 1군에 콜업됐을 땐 그런 분위기가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제 실수 하나가 크게 굴러가서 팀원들에게 미안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마음이 전보다 편해졌어요. 그 과정에서 팀원들한테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LCK 아레나가 주는 중압감도 있어요. 저는 프로게이머들 중에 게임 못하는 사람 없다고 생각해요. 게임은 다 잘해요. 경기장에서 제가 알고 있는 걸 얼마나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느냐에 따라 기량 차이가 난다고 생각해요. 익숙해서 부담감이 적던 LCK CL 경기장에선 제가 아는 것들을 최대한 뽐낼 수 있었어요. LCK 아레나는 규모도 더 크고 팬분들의 함성도 대단해서 아직 그러기가 어려워요.”
LCK 제공

-LCK 탑라이너들과 마주해본 소감도 궁금하네요.
“LCK 탑라이너들이 확실히 게임을 더 잘해요. 그리고 몇몇 선수들은 제가 아는 것과 다르게 게임 한다는 느낌도 받아요. 저는 제가 알고 있는 방식대로 게임을 하는데, 저도 모르게 어느새 게임은 져 있는 거죠. 그래서 저도 다른 선수들을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시를 들어볼까요.
“최근에 좋은 평가를 받는 탑라이너들과 연달아 스크림을 해봤어요. 저는 한 번 턴을 얻으면 그걸 팀원들에게 써서 팀원들이 상대방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플레이를 선호했거든요. 이곳에선 제가 턴을 쓰는 동안 상대 탑이 자원을 먹어서 저를 게임에서 지워버리더라고요. 지금까지처럼 하면 안 된다는 걸 몸소 배웠어요.
제가 정답대로 플레이하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어요. 손승익 코치님께서 지도해주시는 걸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게 LCK CL에서는 다 먹혔어요. 손 코치님께서 늘 정답지를 주셨으니까요.
그런데 LCK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정답을 이미 알고 있어요. 매번 정답만 고르는 게 아니라 때로는 추가점수를 얻을 만한 플레이를 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작년보다 더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센스 있게 움직이려고요.”

-KT의 1군 탑라이너로서 더 개선해야 할 점들도 있겠죠.
“오늘 경기 전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긴장했어요. 긴장감을 낮출 방법, 스크림과 실전의 격차를 줄일 방법을 더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보성이 형, 우찬이 형, ‘덕담’ (서)대길이 형, ‘피터’ (정)윤수에게 짐이 되지 않고 함께 더 많이 웃는 게 당장의 목표예요.”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