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박자의 음악이 울려 퍼지자 무대 위 발달장애인들이 활동 보조인의 동작에 맞춰 북을 두드렸다. 리듬을 놓치는 이가 적지 않아 동작이 조금씩 달랐지만, 북소리에 맞춰 번지는 미소는 모두 닮아 있었다. 공연을 관람하는 객석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누군가는 공연자의 손짓을 따라 북을 두드리는 시늉을 했고, 다른 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파주 순복음평화교회(김기영 목사)가 23일 교회 대성전에서 개최한 ‘제2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어울림 마당’의 난타 공연 모습이다. 교회는 장애인들을 초청해 노래하고 춤을 추는 등 비장애인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행사를 지난해에 이어 열었다. 한 달 전부터 이 행사만 손꼽아 기다려왔다고 밝힌 지적장애인 조미선(46)씨는 “작년에도 이 행사에 왔었는데 그때 아주 즐거웠고 음식도 맛있었다”며 “올해 또 행사한다는 얘기를 들은 후로 계속 설렜고, 오늘 행사만 기다렸다”고 했다.
김기영 목사는 “몇 년 전 소외된 이웃에게 반찬을 나눠주는 사역을 하며 알게 된 장애인 기관을 통해 장애인을 대상으로 반찬 섬김 사역을 하기 시작했다”며 “이를 계기로 지역의 중증장애기관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해보자는 마음이 모여 행사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당초 이 행사는 일회성으로 기획된 것이었다고 한다.
‘한 번만 해보자’며 시작한 행사는 김 목사와 교인들에게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남겼다. 장애인들이 밝게 웃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함성을 지르는 모습 때문이었다. 김 목사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체격이 있는데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그들을 대상으로 한 외부 행사가 많이 없다고 알고 있다”며 “지속해서 행사를 개최하려면 비용 등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지역에 이 사역이 필요하기에 올해도 다시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병권 파주시발달장애인주간·방과후활동센터장은 “발달장애인을 초청한 외부 행사에서도 여러 문제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요구받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조금 부족하더라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4월20일인 장애인의날은 부활절과 시기가 비슷하다. 김 목사는 “가능하다면 매년 장애인 등 파주에 있는 소외된 이웃에게 손을 내밀며 예수님 부활의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파주=글·사진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