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 임성재의 ‘폭싹 속았수다’ 사용법…“드라마 시청 등 취미생활로 힘든 미국 생활 극복하고 여기까지 왔다”

입력 2025-04-23 17:14 수정 2025-04-24 10:27
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두고 23일 대회 코스인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임성재. KPGA

‘능이오리백숙, 폭삭 속았수다, 대회 3연패, 과감한 도전, 집중력, 한국인 PGA 커리어 상금 순위 1위, KPGA투어 출전, 그리고…’

24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파72)에서 개막하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개막을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월드 클래스’ 임성재(26·CJ)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발언의 키워드다.

임성재는 2023년과 작년 이 대회 우승자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도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면 KPGA투어 역사상 26년만에 단일 대회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하게 된다.

대회장인 서원밸리C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성재는 “지난 2년간 좋은 결과를 얻었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라며 “올해도 열심히 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 주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밝혔다.

22일 귀국한 임성재는 이날 후배 조우영(23·우리금융그룹)과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대회 코스를 처음 경험했다. 조우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임성재, 김시우, 안병훈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다.

그는 “오늘 처음 코스를 돌아 봤는데 전장이 그렇게 긴 것 같지 않다. 쇼트 아이언과 웨지를 많이 잡을 것 같다”라며 “파5 홀도 투 온이 될 것 같아 파5 홀에서 스코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린 경사가 심해 핀 포지션에 따라 그린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관건은 시차 적응이다. 그는 “(자주 오다보니)이제는 요령이 생겼다”라며 “저녁까지 깨있어야 한다. 커피를 마시거나 계속 움직이면서. 낮잠 같은 것도 자면 안 된다. 그래야 저녁에 푹 자고 다음 날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경기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임성재는 “마스터스에서 공동 5위에 입상하면서 첫 메이저 대회를 잘 출발한 것 같다”면서 “퍼팅에 더 집중했는데 대회 때 1~4라운드 동안 퍼터가 안정감 있게 잘 됐다. 위기도 있었으나 잘 세이브하면서 스코어 관리를 잘했다. RBC헤리티지 역시 마지막날 이글 2개 하면서 좋은 출발했지만 후반에 보기를 범한 것이 아쉬웠다. 최근 2개 대회서 성적이 좋아 포인트도 많이 올라가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지켜 본 소감을 묻자 “경기 끝나고 차로 이동하면서 라이브 방송을 계속 봤다. 연장가기 전에 파 퍼트가 들어가길 기도했는데 안 들어가서 아쉬웠다”라며 “그래도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하지 않았나. 나도 그 라인을 알기 때문에 긴장되더라. 퍼트를 성공시키는 걸 보며 나도 기뻤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본 게 좋았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이날 조우영과 공식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내기를 곁들인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은 조우영에게 패했다는 임성재는 “(조)우영이가 나한테 궁금했던 점, 특히 마스터스에 대해 많이 물었다”라며 “아시안게임 이후로 플레이를 같이 못 해서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2021년에 PGA투어 통산 2승째를 거둔 이후 4년여간 추가 우승이 없는 것에 대해 임성재는 “우승은 2승으로 적지만 전체적인 커리어는 괜찮다”라며 “우승하면 좋겠지만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성적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PGA투어에서의 우승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토로했다. 임성재는 “PGA투어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거리도 너무 많이 나간다”라며 “나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몸이 알아서 반응 보인다. 그런 점에서 KPGA투어 젊은 선수들도 도전을 빨리 하는 게 좋다. 그러면 실력이 점점 는다”고 조언했다.

대회 3연패 각오를 묻자 임성재는 “3연패 하면 좋겠지만 그 보다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겠다. 갤러리 많이 찾아 주시면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 멋진 샷으로 보답할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 한타한타 열심히 치겠다”고 했다.

임성재는 올해로 4년 연속 이 대회 출전이다. 그는 “이 대회는 서브 스폰서 대회다. 그래서 출전하고 있지만 스폰서 대회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국내 대회에 꼭 출전할 생각”이라며 “이 대회와 PGA투어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열리는 대회 등 1년에 1~2개 K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다”는 뜻을 밝혔다.

임성재는 올 마스터스서 공동 5위에 입상하면서 최경주(54·SK텔레콤)가 보유하고 있던 PGA투어 한국인 커리어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그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끝나고 1위가 됐다”라며 “기록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달성하게 돼 기쁘다. 꾸준함의 결과라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해서 다른 기록도 깨고 싶다”고 했다.
임성재가 대회 포토콜 행사에서 주요 선수들과 셀카를 찍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KPGA

그렇다면 임성재가 월드 클래스 선수로 성장한 원동력을 뭘까. ‘위기 순간에 집중력이 좋은 것’으로 꼽은 그는 “‘Q스쿨 가야 하는 상황인데 톱10 안 하면 떨어지네’라는 생각을 하면 톱10을 했다. 그런 집중력이 다른 선수에 비해 타고났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임성재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나도 PGA투어 진출이 꿈이었다. 그런 꿈을 (후배들)이 가졌으면 좋겠다”라며 “세계적인 무대서 도전한다는 생각이 더 간절했으면 한다. 그럴려면 본인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PGA투어 도전이 목표라면 다른 투어는 생각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불곰’ 이승택(30·경희)의 도전에 높은 평가를 했다. 그는 “(이)승택이 형이 진짜로 골프에 집중하는 것 같다”면서 “형이 콘페리투어 포인트 20위 이내에 들어 내년에는 PGA투어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꼭 그렇게 됐으며 좋겠다”고 했다.

이승택은 현재 PGA 2부인 콘페리투어서 활동하면서 포인트 순위 16위에 자리하고 있다. 콘페리투어 포인트 상위 20명은 내년 시즌 PGA투어 시드가 주어진다.

자신의 꾸준함의 비결을 지난 7년간 스윙을 바꾸지 않은 것이라고 밝힌 임성재는 “내 스윙을 잘 알기 때문에 문제가 되면 문제가 되는 부문만 살짝 교정한다”라며 “스윙을 완전히 개조하는 일은 없었다. 본인 스윙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GA투어 진출 초기에 외로운 순간이 많았다는 그는 호텔에 들어 오면 드라마 시청이나 영화 감상, 또는 음악을 듣는 것으로 이겨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에 자신이 초등학교 때까지 살았던 제주도가 배경인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시청했다고 소개했다.

PGA투어서 활동하는 선수가 국내 대회에 매년 출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임성재가 한 해도 거르지 이유 중 하나는 미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 음식도 있다.

그는 “거주지인 애틀랜타에도 한국 식당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 오면 ‘오늘 뭐 먹지’라는 그러 행복감이 있다”라며 “어제는 오자마자 능이오리백숙을 먹었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임성재는 24일 대회 1라운드에 지난 주 KPGA 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우승자 김백준(23·팀 속초아이), 그리고 KPGA 투어 통산 최다 상금 1위 박상현(43·동아제약)과 1번 홀에서 오후 1시부터 경기를 시작한다.

파주시(경기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