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주 4일제’ ‘주 4.5일제’ 등 근로 시간 단축이 주요 의제로 급부상하면서 항공업계가 수혜 업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근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여객 수요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 기존 주말 여행 수용에 목·금요일 출발 수요가 더해지게 되는 것”이라며 “국내선,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선 ‘주 5일제’와 ‘대체 휴무제’ 도입 등이 회자되고 있다. 국내 항공 산업은 2004년 7월 주 5일제 도입 이후 휴식에 집중할 수 있는 주말이 생기면서 여행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금요일 낮부터 공항이 붐볐고, 일본 중국 홍콩 등 주말 해외 여행지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해외로 떠나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는 ‘밤도깨비 여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실제 도입 직후인 2005년 여객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2981만5000명을 기록했고, 다음 해인 2006년에도 3284만8000명으로 10% 이상 늘었다.
‘주 5일제’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성장하는 데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2005년 국내 첫 LCC인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이 탄생했다. 이후 단거리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2010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고, 현재 9개에 달하는 LCC가 생겼다. 업계 관계자는 “단거리 여객 수요 증가로 LCC가 발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4년 대체 휴일제 시행도 여객 수요 폭발에 한 몫했다. 대체 휴일제는 법정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때 정부가 평일 하루를 더 쉴 수 있도록 지정하는 제도다. 대체 휴무제 도입 첫해부터 여행 수요가 크게 늘면서 여행객 8000만명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대체 휴무일이 지정되면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근로 시간 단축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단거리 수요 증가에 따라 근거리 소도시 관광지 개발이 활성화할 수 있고, 주말에 집중되던 수요가 평일로 일부 분산된다면 항공편 운영도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관계자는 “기대감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인력 운영에 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은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