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미드필더 전진우가 만년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졌다. 그는 거스 포옛 감독 체제의 전북에서 핵심 공격자원으로 자리매김하며 새 황태자로 우뚝 섰다. 전진우의 활약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전북표 ‘닥공’(닥치고 공격)도 조금씩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진우는 23일 현재 2025 K리그1에서 득점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료 콤파뇨와 나란히 5골을 기록해 부문 선두 주민규(대전·7골)를 뒤쫓고 있다. 시즌 초 부진하다 최근 3승1무의 상승세를 탄 전북은 승점 15점(4승3무2패)을 쌓아 리그 3위까지 올라섰다.
전진우의 활약이 주효했다. 전진우는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2(ACL2), 코리아컵 등 공식전 7경기 7골을 터뜨리며 에이스 노릇을 했다. 지난 20일 대구FC전에선 멀티 골로 팀의 3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전진우는 전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9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수원 삼성 유스 출신인 전진우는 그간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8년 수원 입단 후 6시즌 동안 K리그1 86경기 9골 6도움에 그쳤다. 수원이 K리그2로 강등된 지난 시즌에도 16경기 1골 1도움에 머물렀다.
지난해 7월 전북에 새 둥지를 튼 전진우는 올 시즌 포옛 감독의 전술에 완벽하게 녹아들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포옛 감독은 과거 잉글랜드 클럽들을 지휘할 때부터 수비에서 공격 진영으로 빠르게 공을 보내 득점 기회를 엿보는 직선적인 축구를 선호했다. 빠른 발과 과감한 돌파 능력, 왕성한 활동량을 갖춘 전진우는 포엣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 안성맞춤이었다.
전진우는 올 시즌 전북의 리그 9경기에 모두 나섰다. 꾸준한 출전 기회가 주어지자 자신감 넘치는 골 마무리 능력까지 선보이고 있다. 2022년 수원 시절 달성했던 커리어하이 득점(6골)도 곧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 입장에선 전진우의 성장이 반갑기만 하다. K리그1 최다 9회 우승의 전북은 지난 두 시즌 동안 성적 하향곡선을 그렸다. 비시즌엔 베테랑 문선민과 김진수(FC서울) 등이 동시에 이적하면서 명가 재건을 위해 뛸 새 얼굴이 필요했다.
지난 시즌 리그 최다 59실점을 내줬던 전북은 올 시즌 최소 2위에 해당하는 9실점을 기록 중이다. 수비 안정화 작업을 마친 포옛 감독은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공격의 완성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전진우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자연스레 높아질 전망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