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용으로 개발된 K푸드가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뒤 국내에 출시되는 ‘역수입’ 현상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외국인 소비자와 SNS를 통해 먼저 입소문을 탄 메뉴가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며 정식 출시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이는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 독창적으로 재해석·소비된 후 다시 국내로 유입되는 ‘그라데이션K’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3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수출 전용으로 중국에서 먼저 선보였던 ‘불닭볶음면 푸팟퐁커리맛’이 국내에 출시된다. 해당 제품은 태국식 게살 커리 요리인 푸팟퐁커리의 고소한 풍미에 불닭 특유의 매콤한 감칠맛을 더한 이색 조합으로,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한정판으로 출시됐을 당시 품절 사태를 빚을 만큼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삼양식품이 불닭 시리즈의 신제품을 국내에 선보이는 것은 약 2년 만이다. 이번 신제품은 우선 편의점 채널을 통해 판매된다. 매운맛은 ‘까르보불닭볶음면’ 수준으로 조절돼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존 수출용 프리미엄 삼양식품 건면 브랜드 ‘탱글’ 시리즈 3종도 이달말 국내 출시 예정이다. 파스타 풍미를 살린 ‘청크토마토’ ‘갈릭오일 파스타’ ‘머쉬룸크림 파스타’ 등으로 구성됐다.
오뚜기는 글로벌 누적 2억개 이상 판매된 수출 전용 제품인 ‘보들보들 치즈볶음면 매운맛’을 최근 국내에 들여왔다. 농심도 인도, 유럽, 중동 등에서 판매 중인 ‘신라면 치킨’의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이다. 해당 제품은 닭 육수를 베이스로 한 비교적 순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중동 시장을 겨냥해 할랄 인증까지 획득한 바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인구가 해마다 늘면서 해외에서 이미 검증된 제품을 역으로 국내에 출시해 라인업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해외에서 이미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265만명이다. 내국인 인구인 5122만명의 5%가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디저트·커피 시장에서도 이 같은 ‘국내산 외국맛’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꿀떡 시리얼’이다. 꿀떡을 우유에 말아 먹는 이색적인 방식은 외국인들이 SNS에 ‘Ggultteok Cereal Mukbang(꿀떡 시리얼 먹방)’이라는 콘텐츠로 소개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이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유행했다.
이에 발맞춰 자연별곡은 딸기우유와 생딸기를 활용한 ‘딸기우유 꿀떡 시리얼’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출시 첫 주 매출이 전주 대비 22%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편의점 업계도 발빠르게 반응했다. GS25는 ‘꿀떡 시리얼’을, CU는 ‘시리얼 스타일 꿀떡볼’을 선보이며 유행을 상품화했다.
바나나맛 우유와 커피를 조합한 ‘뚱바라떼’ 역시 해외 콘텐츠에서 출발해 국내 상품으로 이어졌다. 이 제품은 빙그레와 GS25의 협업으로 정식 출시됐다. 세븐일레븐은 자사 특화매장인 동대문던던점을 통해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된 내수 시장에서 해외에서 검증된 제품을 역으로 들여오면 마케팅 비용도 줄이고 소비자의 호기심도 자극할 수 있다”며 “K푸드가 세계 무대에서 다양하게 소비되는 만큼, 역수입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