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올해 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응하며 지지율이 반등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기 총선 시 극우 국민연합(RN)이 집권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몇 주 동안 이러한 시나리오에 대해 측근들과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의회를 해산해 조기 총선을 열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성향 앙상블은 극우 RN과 좌파 신민중전선(NFP)에 밀려 3당에 그치며 완패했다.
프랑스는 의회해산권 발동이 1년에 한 번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여소야대 정국 속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총선 후 60일 만에 임명된 미셸 바르니에 총리는 3달 만에 하원의 내각 불신임안 가결로 물러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2026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의회 해산을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도박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에 소극적인 트럼프에 맞서 유럽 핵우산론 등을 제창하며 지난달 지지율(31%)이 전달 대비 7%포인트 상승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대통령은 가을까지 다수당을 재탈환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향후 몇 달 안에 조기 총선이 열리면 여당 의석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대선 여론조사에선 마린 르펜 RN 대표가 횡령 혐의로 유죄 혐의를 받고 피선거권이 5년간 제한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의 후계자로 꼽히는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가 1위를 달리고 있다. 블룸버그는 “RN이 기세를 이어가고 정부를 장악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내각을 유지하기 위해 좌파를 압박하는 의도에서 의회 해산 가능성을 흘리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재 프랑수아 바이루 내각은 소수정부 상황에서 중도좌파 사회당 등 일부 야권의 도움을 받아 유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모두가 최악의 상황인데 우리가 좌파를 더 깊은 수렁으로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