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애인 고용률이 30%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의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인천 강화도와 충북 음성에 사업체를 두고 있는 정성영농조합법인(대표 손경호)은 농업 기반의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한 고용·복지 사업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정성은 쌀 생산을 주력으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김치, 달걀, 배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수익은 장애인 주거 시설 ‘정성하우스’의 증축 등 복지사업에 환원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장애인 10여 명이 생활하며 안정적인 일과 주거를 동시에 지원받고 있다.
손경호 대표는 “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채용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며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는 유연한 제도를 마련하며 국민은 인식 변화를 통해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영농조합법인은 장애인 근로자의 적성에 맞는 직무 배치를 위해 직무 코디네이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안전관리와 생활지원을 함께 병행한다.
생산현장에서는 발달장애·지체장애 등 다양한 유형의 근로자들이 팀 단위로 협업하며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 박모(31)씨는 “출근이 기다려진다. 여기서는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준다”고 말했다.
정성은 최근 미혼모 가정과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기 위한 복합형 커뮤니티 주거 사업도 구상 중이다. 생산지와 거주지를 연계해 자립형 생활 기반을 마련하는 이 모델은 ‘일자리→소득→주거→정착’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를 공감한 대기업들의 협업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CJ그룹은 정성에서 재배한 쌀을 정기적으로 구매하며 장애인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 유통을 통한 민간 협력 사례로, 사회적기업의 안정적인 운영에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3 장애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고용률은 34.0%로 전체 인구 고용률(63.3%)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중증장애인 고용률은 23.3%로 더욱 낮다.
정성영농조합법인은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지속 가능하고 실질적인 장애인 고용 모델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지역 농가, 복지기관, 지자체와의 협력도 확대해 일자리 연계, 식자재 납품, 긴급 돌봄 등 다방면의 지역사회 통합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정성영농조합법인의 운영 방식은 취약계층의 고용과 복지를 동시에 고려한 사회적기업 모델로, 향후 유사한 민간 협력 사례로 벤치마킹될 수도 있다.
고용과 주거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민간 기업의 실험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은철 기자 dldms878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