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마비를 겪는 김서영(가명·31) 전도사는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교회 수십 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사역 능력을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어렵게 사역지를 찾았으나 교회 내 시선은 차가웠다.
김 전도사는 23일 “장애가 있어도 평생 비장애인처럼 살아왔는데 교회에서 낯선 시선을 경험하니 당황스러웠다”며 “오랫동안 꿈꾸던 사역자의 꿈을 접어야 하나 고민한 순간도 많았다”고 말했다.
장애인 목회자 기피 현실
국민일보가 최근 장애인 목회자 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인 목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교단이나 교회에서 장애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54.5%를 기록했다. 절반 이상의 목회자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이다.
구체적인 사유로는 ‘언어 및 지적능력에 대한 오해’(35%) ‘교회 운영 및 리더십에 대한 의문’(30%) ‘성경적 해석의 오류’(25%) ‘목회능력에 대한 의심’(20%) 등이 언급됐다. 성경적 해석의 오류 같은 경우엔 장애를 죄의 결과 또는 영적 문제로 해석한 경우다. 장애인 목회자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한국교회에 시급한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장애인 목회자가 목회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묻는 말엔 복수응답으로 ‘재정적 어려움’(62.7%) ‘인식 부족’(39.2%) ‘의사소통 문제’(31.4%) ‘사회적 편견과 차별’(27.5%) 순이었다. 역시 복수응답으로 목회 활동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물으니 ‘재정 지원’(76.5%)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인식 개선 교육 및 캠페인’(41.2%) ‘시설 개선’(35.3%) ‘보조 인력 및 기기’(31.4%)라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에선 청각장애 19명, 지체장애 13명, 청각장애로 인해 언어장애가 있어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농인 12명, 시각장애 5명, 기타 장애 6명 등 총 55명의 장애인 목회자가 설문에 참여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장을 역임한 이계윤 목사는 “장애인 목회는 여전히 봉사나 후원의 대상으로만 머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목사는 “교단과 교회가 장애인 목회자에게 안수만 주고 이후 돌봄과 리더십 교육, 정보 접근, 설교 자료 제공 등 실질적 지원에는 무관심하다”며 “교단 차원에서 장애인 목회자의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했어야 했는데 사람을 키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애인 목회자는 “교회가 일반 사회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무시가 더 많다고 느낀다”며 “세상은 변화하는데 교회는 요지부동이다. 교회에서만큼은 하나님 앞에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애인 목회자를 사역의 주체로
장애인 목회 현장의 어려움은 장애 유형별로 요구되는 지원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양진철 애능중앙교회 부목사는 “시각장애인이라고 해도 점자를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발달장애인 역시 개인별 특성이 모두 다르다”며 “장애인 사역의 본질은 한 사람, 한 사람의 특성에 맞춘 맞춤형 지원과 돌봄에 있다”고 말했다.
양 목사는 “후원에만 의존하는 장애인 목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장애인을 제자로 세우고 교회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주체로 시간이 들더라도 성장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교단 총회와 노회 차원에서 장애인 목회자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목사는 “장애인 목회의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선 ‘함께 성장하는 사역’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함께 성장하는 사역을 위해선 ‘통합형 예배’가 시작점이다. 통합형 예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여 구분 없이 함께 드리는 예배다. 장애인 성도끼리만 모여서 드리는 예배는 이들을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이 목사는 “장애인교회는 장애인만을 위한 교회가 아닌 장애인도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여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장애인만의 교회로 정체성이 굳어졌다”며 “장애인 사역 역시 사회봉사부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전도부 국내선교부 해외선교부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경진 김수연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