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를 이끄는 국무부가 22일(현지시간) 대대적인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발표한 이번 개편안은 인권 프로그램과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조직을 대폭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것이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개편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루비오 장관이 이날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국무부는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부서를 폐쇄하거나 통합할 예정이다. 국무부 본부의 부서·사무소는 기존 734개에서 602개로 줄어든다. 또 미국 내 국무부 직원을 15% 감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루비오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게시한 글에서 “지금 형태의 국무부는 비대하고 관료주의적이며 강대국이 경쟁하는 새 시대에 필수적인 외교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확장하는 관료주의는 미국 핵심 국익의 진전보다 극단적인 정치 이념을 더 중요시하는 체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외교 정책을 수행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국무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국무부의 민간안보·민주주의·인권 담당 차관 직책을 폐지하는 점이다. 국무부는 총 6명의 차관을 두고 있었지만, 개편안에서는 해당 차관를 없애고 대외원조·인도주의 업무 담당 조정관을 신설했다. 또 국제 형사 사법 담당 사무국과 분쟁·안정화 사무국, 글로벌여성현안과 다양성·포용성 업무를 담당했던 사무국도 폐지된다. 국무부 개편안은 7월 1일까지 시행될 예정이다.
태미 부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개편이 당장 즉각적인 해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며 “전면적인 변화가 우리의 유능한 외교관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에는 미국 내 국무부 조직에 관한 내용만 포함됐으며 해외 대사관과 영사관 조직 감축은 향후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국무부에는 약 8만여명의 직원이 있고, 그중 5만명은 해외에 거주하는 현지 시민들이다. 나머지는 외교관과 전문가 등이 1만4000명, 워싱턴에서 주로 근무하는 공무원이 1만3000명 정도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의 일환”이라며 “백악관이 미국 외교 정책을 재구성하고, 연방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최신 시도”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진 섀힌 상원의원은 “국무부와 USAID의 모든 변화는 미국의 안보와 리더십에 대한 실제 비용과 신중하게 비교해야 한다”며 “미국이 후퇴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그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이번 개편이 기존에 소문으로 무성했던 대대적인 조직 개조보다는 수위가 낮은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정무차관이 담당하는 지역국의 경우 아프리카국이 폐지된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지역국 체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