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면 대만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이 대만 침공을 주저하게 만드는 ‘경제봉쇄 위협’이 소용없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20일(현지시간) ‘만약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제목의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까지 관세폭탄으로 위협해 무역전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매체는 “중국의 승리는 중국의 지정학적 입지를 강화하고 군사적으로 대담하게 만들며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를 모두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경제적 공격을 견뎌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는 ‘경제봉쇄 위협’이 소용없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체는 “중국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커지고 미국 정치인들은 경제적 압력으로 중국을 저지하려는 의지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 수출이 중국의 대미 수출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미국이 유리하다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매체는 “미국 경제가 중국 상품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은 미국에 약점이지 장점이 아니다”라면서 “중국은 여러 품목에서 세계 최대 공급국으로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대체품을 수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이슨 밀러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에어컨·조리기구의 70% 이상, 스마트폰·주방가전·장난감의 80% 이상, 태양광 패널과 희토류 광물의 90%를 생산한다. 매체는 이런 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려면 공장 건설과 공급망 구축, 근로자 훈련 등에 수년 혹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중국은 극히 일부 수입품만 미국에 의존하며 대두, 수수 같은 품목은 다른 데서 수입할 수 있다”며 수출에서도 유럽이나 동아시아로 전환하거나 자국민 지원을 통해 중국 내 수요를 늘릴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와 주요 미국 기업들과 사업 중단, 세계 2위 규모로 보유한 미국 국채 매각 등 다양한 경제적 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경제학자 애덤 포젠의 주장처럼 무역전쟁에서 ‘확전 우위’(escalation dominance)를 가진 것은 중국이라고 언급했다. 확전 우위는 대결이 격화될수록 상대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매체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는 길은 동맹국에 있다고 봤다.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친 뒤 동맹국과 힘을 모아 중국을 차단하면 훨씬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도 관세로 위협하며 불화를 키우는 자충수를 뒀다.
매체는 “무역전쟁의 결과는 양쪽이 이로 인한 고통을 얼마나 감내하는지에 달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압력을 견뎌낼 의지가 있어도 임기 제한도 선거도 없는 시 주석보다 오래 버틸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는 상징적 양보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협상하거나 미국이 산업별 관세 예외를 남발하다 실제 관세 정책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만 언론들도 애틀랜틱의 이 보도를 비중 있게 전했다. 대만 포털사이트에선 관련 뉴스가 22일 한때 실시간검색 뉴스 1위에 올랐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