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안골노인복지관 강당, 어르신들의 박수 소리가 요란했다. 60대 이상 노인들은 노래 ‘굿세어라 금순아’를 함께 부르면서 즐거워했다.
이어 김종국 전북경제교육센터장(전 전주대 교수)이 연단에 올라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1910년 한일합방부터 1919년 3·1운동, 상해 임시정부 수립, 8‧15 광복, 6‧25 전쟁 비극, 4‧19혁명, 5‧16 쿠데타 등 어려웠던 시절을 필름처럼 이야기하며 옛날을 회상하게 했다.
그리고 1951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67달러였고 수출도 6700만 달러에 불과했다는 얘기를 꺼냈다.
“여러분, 보릿고개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마침 가수 진성이 부르는 ‘보릿고개’가 흘러나오자 참석자들이 눈가가 빨개지며 따라했다.
이날 행사는 전북경제교육센터가 마련한 2025년 노인일자리사업 참가자들을 위한 경제 교육이었다. 전주지역 노인 100여명이 모여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 센터장은 이날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서 헌신한 세대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게 해주는 데 중점을 뒀다.
“여러분은 가장 어려웠던 시절에 국가를 위해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가족을 보살피신 훌륭한 세대입니다. 역사적으로 세계사에서도 성공한 분들이지요.”
그는 무지 무지 가난했던 나라에서 이제는 세계 12번째로 부유한 국가로 만든 세대이고, 애국자의 세대라고 추켜세우며 자긍심을 높였다.
이어서 노인들을 위한 맞춤경제 강의가 본격 시작됐다.
김 센터장은 먼저 기초연금 수령 등에 대한 경제 조언을 건넸다. 기초연금을 아직 받지 못하는 분들은 바로 주민센터에 가서 상담할 것을 권유했다.
또 주택연금에 대한 정보도 전했다. 도시 아파트에 사는 세대는 1억∼12억원의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신탁 주택연금에 가입할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주택시세가 좋을 때 주택연금제도에 가입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귀띔하고 부부 승계가 가능한 농지 연금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했다.
농지연금은 공무원연금이나 퇴직연금, 국민연금을 받더라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는 얘기에 참가자들이 귀를 솔깃했다.
“자식들이 나이 든 부모에게 용돈을 얼마나 줄 것인가 생각하지 말고 내 집을 연금화해서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농지를 연금화해서 쓰고 노인 생활을 풍요롭게 해야 합니다.”
김 센터장은 “해가 갈수록 치아가 많이 고장나지 않느냐”고 묻고 “이럴 경우 정부가 2개까지 할인해주는 임플란트를 해서 활기차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젊었을 때 돈을 아껴야만 했던 것처럼 움추려 살지 말고 가지고 있는 농지나 주택을 연금화해서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대를 구가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평생 희생하고 수고해주신 여러분의 젊은 시절에 경의를 보냅니다.”
그는 “노인들을 ‘실버 세대’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당당한 권리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의를 들은 한 할머니는 “나이 들어 쓸모없는 인생이라고 여겨지고 쓸쓸한 마음이었는데 우리가 나라를 이렇게 부강하게 만들고 자식들을 잘 가르친 성공한 세대라는 말을 듣고 용기가 나고 삶의 의욕이 생겼다”며 “앞으로 더욱 당당하고 보람 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할아버지께서는 “열심히 일하며 아들딸을 가르치고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달려온 것이 나이가 들어 다소 허무하게 느껴왔지만 강의를 듣고 나니 내가 애국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또 오래 살아서 더 행복한 나라, 훌륭한 국가를 만들자는 말을 듣고 생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시 강당에는 오승근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가 울려 퍼졌다.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며 크게 따라 불렀다. 행사장에 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전북경제교육센터는 도내 복지센터와 경로당 등을 찾아 건강경제, 아름다운 마무리 등을 주제로 강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