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캠프’ 안도걸 “100조원 ‘국가혁신 펀드’ 검토” [인터뷰]

입력 2025-04-22 09:45 수정 2025-04-22 12:01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캠프’ 정책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안도걸(광주 동남을) 의원이 100조원 규모의 ‘국가 혁신 펀드’를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AI(인공지능) 분야 정책을 발표하면서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언급했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국가혁신 펀드’(가칭)라는 이름의 국부펀드 조성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은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강조하고 있다”며 “AI 분야에서 세계 3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민간 분야만으로는 부족해 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 후보의 당대표 재임 시절 구성된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에서 수석부위원장을 맡았고, 이 후보의 경선 캠프에도 참여하고 있다. 경제 관료 출신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정책 과제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 의원은 이 후보의 경제 리더십에 대해 “비전이 분명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종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초고속 통신망을 깔아 정보화 시대에 앞장서게 된 점을 언급한다”며 “미래 산업의 주축이 될 핵심적 인프라를 국가가 선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안 의원은 기재부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본질에 가까운 기획·전략 기능은 강화하고, 과도하게 집중된 부수적 권한들은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음은 안 의원과의 일문일답.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많다.
“내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한민국 경제가 굉장히 큰 타격을 받았다. 이미 장기 침체 국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내란 충격으로 경제가 더 주저앉게 됐다. 게다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됐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문제가 생기면 경제 전반의 심각한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역대급 세수 결손이 생겨 정부의 운신 폭은 좁다. 이를 빨리 타결하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시급하다. 경기 회복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강력히 전달해야 한다. 트럼프 관세 전쟁의 본질은 결국 산업 경쟁력 문제다. 특히 미래 혁신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선점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말 혁신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경제성장전략위 수석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떤 역할의 조직인가.
“미래경제성장전략위는 특정 대선 후보를 뒷받침한다기보다는 성장에 초점을 둔 정책과 비전, 프로그램을 만드는 곳이다. 물론 대선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당의 후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위원회는 여러 정책 과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다. 당장 해야 할 단기 과제가 있고, 중장기 과제가 있다. 필요에 따라 공약에 반영될 수도 있다. 전체 16개 분과로 구성돼있다. 미래 성장, 비전과 관련해 우리 경제가 향후 5년, 그리고 10년 뒤 달성해야 할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산업 혁신 분과에서는 미래 혁신 사업 육성, AI 기반 제조업 활성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 분과에서는 금융 분야의 AI 도입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 후보 캠프 정책본부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리더 국가가 되자는 얘기다. 미래의 새로운 혁신 산업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하는 그야말로 일류 국가가 되자는 것이다. 특히 AI 분야가 중요하다. AI 분야에서 세계 3강으로 자리 잡기 위해 여러 인프라를 갖추고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민간 분야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서 선도적으로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00조원 규모의 국가 혁신 펀드(국부펀드)를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러 조직에서 경쟁적으로 정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미래경제성장전략위는 당의 조직이다. 대선 국면에서 당 차원의 공약으로 검토될 수 있겠다. 민주연구원도 당의 정체성을 지키는 선에서 여러 정책을 검토한다. ‘성장과 통합’은 외곽 싱크탱크다. 순수한 민간 위주로 구성돼 보다 자유분방한 의견들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러 조직이 각각의 특징을 가진 채 공존하는 시스템이다. 후보가 확정되고 본선 캠프가 꾸려지면 여러 단위에서 논의된 아이디어들이 최종적으로 다시 검토될 것이다”

-‘친정’인 기재부 개혁 필요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현행 법령상 국민들이 부여해 준 기능을 제대로 다 하고 있느냐는 관점에서 평가를 시작해야 한다. 이름이 ‘기획재정부’다. 그러면 기획을 해야 하는데 지금 기재부에서는 기획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 당면한 현안 관리만 하고 있다. 미래의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저출산 대책, 지방 소멸 대책, 에너지 전환 문제, 산업 구조 변화 등 중장기 과제들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완전히 눈을 감고 있다. 사실상 기획 기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본질에 가까운 기획·전략 기능은 강화하고, 과도하게 집중된 부수적 권한들은 분산할 필요가 있다”

-경제 분야에서의 이 후보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를 하나.
“우리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비전이 분명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초고속 통신망을 깔아서 우리가 정보화 시대에 앞장섰다. 지금의 시대에 맞는 새로운 고속도로를 찾아야 한다. 미래의 주축이 될 산업을 일으킬 핵심적 인프라를 국가가 빨리 깔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 그래서 AI 분야 100조원 투자를 공약한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도 탁월하다. 주52시간 근무 적용 예외, 상법 개정안 등 찬반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주제로 토론회를 직접 주재했다. 팽팽하게 대치하는 양측의 견해를 듣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가운데 합의점으로 모이게 했다. 대안 제시 능력과 설득 능력이 뛰어나다. 본인이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 후보의 평소 모습도 궁금하다.
“‘거리’가 없다. 궁금한 게 있으면 그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한테 바로 전화를 건다. 항상 뭔가를 궁금해하고 생각하고 계시다가 즉시 주변에 의견을 구한다. 전화로 격의 없이 소통하다 보니 특정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의원들은 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알뜨남’이기도 하다. 알고 보면 뜨거운 남자다. 굉장히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장난도 많이 치고 천진난만한 측면들이 굉장히 많다. 따듯한 분이다”

-‘한덕수 출마설’이 정치권에서 계속 거론된다.
“지금까지 그분의 행적을 보면 이 분은 국가의 리더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내란 사태에서 사실상 공조 세력이었고, 파면으로 끝나버린 이 정부의 2인자였다. 모든 국정 파탄의 사실상 책임자다. 어떻게 이런 분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리더로 자격이 있겠나. 이 분이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다 하는 것뿐이다. 통상 이슈에 맞서 현장을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이 마친 대선후보인 것처럼 지방 행보를 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는다. 국회와 정부가 다 같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할 수 있을지 전략을 마련하는 게 시급한데도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고 광주에 갔다. 직무 유기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국회 입성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행정부에서 입법부로 소속이 바뀌었다. 같은 경제 문제를 보더라도 보는 관점과 접근법이 다른 것 같다.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또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당 정책위 상임 부의장을 맡으며 경제 정책 전반을 살펴봤다. 이런 경험을 통해 새로운 통찰력이 생겼고, 정무적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됐다. 경제 관료 시절에는 정책의 성과나 집행에 중점을 뒀는데, 국회의원으로서는 이 정책이 왜 필요한지,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런 정책의 수용성 부분에 집중하게 됐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