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 신사업 지지부진…그로들·뉴블라, 권고사직·청산 ‘먹구름’

입력 2025-04-22 05:00 수정 2025-04-22 05:00

지난 2021년 설립된 한화임팩트의 인공지능(AI) 솔루션 자회사 ‘그로들’이 지난해 말 초대 대표를 교체한 데 이어 올해 초 대규모 권고사직까지 단행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그로들과 비슷한 시기 설립된 한화임팩트의 시스템메모리 자회사 ‘뉴블라’가 지난해 하반기 청산된 데 이어 그로들까지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한화임팩트는 지난 2021년 사명 변경 직후 신사업 역량 확보 목적으로 그로들과 뉴블라를 설립했고, 삼성전자 출신을 각 자회사 수장으로 영입한 바 있다. 한화임팩트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투자 부문 대표이사로 있는 그룹 내 신사업 투자의 중심이다.

그로들은 올해 초 조직 및 사업 운영 관련 필수 인력을 제외한 다수 임직원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약 40명이었던 인력 규모는 권고사직 이후 20여명으로 축소됐다. 권고사직에 응한 10여명의 직원에 더해 자발적 퇴사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도. 권고사직 대상자 가운데 회사에 잔류한 직원은 두 명에 불과하다.

그로들 초대 대표였던 삼성전자 출신 우경구 전 대표도 지난해 말 교체됐다. 우 전 대표는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AI 비서 ‘빅스비’를 만든 인물이다. 현재는 우 대표와 함께 삼성전자에서 넘어온 김규영 대표가 그로들을 이끌며 ‘픽투셀’이라는 AI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픽투셀은 해외 구매대행을 돕는 AI 솔루션이다.

그로들의 뼈를 깎는 쇄신 노력의 배경에는 한화 측의 압박이 자리한다. 한화 측은 그로들에 출자금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치며 비용 감축을 비롯한 경영 효율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임팩트 측은 “그로들은 최근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전반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권고사직을 진행했다”며 “향후 그로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로들 내부에선 그로들이 비슷한 시기에 설립됐던 뉴블라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뉴블라는 지난해 하반기 아예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고용 승계 없이 임직원 전원을 해고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출신인 윤종희 대표가 뉴블라를 맡아 이끌었으나 설립 3년 만에 회사가 청산됐다. 투자 비용 대비 미래 가치가 낮다고 판단해 추가 투자를 중단했다는 게 한화그룹 측 설명이다.

한화임팩트는 김승연 회장 슬하의 삼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한화에너지의 자회사로 승계 구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한화임팩트가 호실적을 내면 한화에너지의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삼형제가 가져가는 배당금 등 수익도 증가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한화임팩트는 2021년 사명을 바꾼 후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화학 사업보다 김 부회장이 찍은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며 그룹 내 투자사 구실을 하고 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