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6년 만에 성사된 태국과 올스타전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올 시즌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에 기여한 4년 차 공격수 정윤주의 성장을 확인하긴 했지만 여전히 ‘포스트 김연경 시대’의 불안감을 지우긴 어려웠다.
이정철 해설위원은 21일 국민일보에 “전반적으로 한국 선수들이 태국보다 코트 위 전후좌우의 움직임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며 “대표팀에선 조직력을 더 다져야 한다. 팀에 헌신하는 자세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올스타팀은 19~20일 열린 2025 한국-태국 여자배구 올스타 슈퍼매치에서 이틀 연속 태국 올스타팀에 패했다.
친선전 성격으로 열린 매치이긴 했으나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떨어진 한국 배구의 현실을 한 번 더 실감케 했다. 특히 2차전은 강소휘, 박정아 등 베테랑 선수들도 출격해 국가대표팀 맞대결이나 다름없었으나 이들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리그가 막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조직력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도 패인으로 꼽히지만 변명이 될 순 없다. V리그에서 아시아쿼터 선수로 뛰고 있는 태국 올스타팀 주장 타나차도 같은 조건이었지만 전날 양 팀 통틀어 최고 득점인 23점을 뽑아냈다. 18일 할머니의 부고를 접해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흔들림 없이 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올스타팀을 이끈 강성형 감독도 경기 후 한국 여자배구의 현주소를 짚었다. 강 감독은 “선수들이 더 성장하려면 기본기에서 발전해야 한다. 한국 배구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공격력을 가진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예 정윤주의 발견이 그나마 가장 큰 소득이다. 정윤주는 이날 팀 내 최다인 20점, 공격성공률 54.29%를 기록하면서 맹활약했다. 전날 1차전에서도 12점, 공격성공률 44.4%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던 정윤주는 이번 올스타전에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올 시즌 소속팀 흥국생명에서 김연경의 대각 공격수로 합을 맞추며 기량 발전을 이뤘던 모습을 이어갔다.
그러나 한 명의 성장만으론 부족하다. 한국 여자배구의 국제 경쟁력을 확인할 시험대가 또 다가오고 있어서다. 대표팀은 6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대비해 내달 5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소집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실력이라면 VNL에서도 무력하게 당할 수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이어온 30연패 늪을 탈출했지만, 김연경의 은퇴 후 눈에 띄게 떨어진 한국 배구의 위상을 회복하기엔 아직 무리라는 평가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