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공공주택 금연층 도입 두고 논란…‘흡연권 침해’

입력 2025-04-21 17:05
홍콩 아파트. 게티이미지뱅크

홍콩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공공주택 내 금연층 도입을 추진하자 반발이 거세다.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주민들의 흡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홍콩의 주택난도 행정 부담 가중 등으로 인해 심해질 수 있단 우려도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9일 홍콩 흡연·건강위원회는 보건부에 공공주택 내 금연층 도입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홍콩은 공공주택 단지 내 공공장소에선 흡연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가구 내 흡연에 대한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헨리 통 흡연·건강위원장은 “홍콩의 초등학생·중학생 절반 이상이 매일 간접흡연을 경험하며 이중 30% 이상은 부모나 이웃 습관으로 인해 가정에서 발생한다”며 “홍콩은 공공주택의 흡연 금지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방안을 두고 입법회(의회) 내에선 반발이 적지 않다. 우선 서민들의 흡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에 따르면 흡연자의 88%는 월소득 3만 홍콩달러(약 548만원) 이하다. 2023년 기준 홍콩의 1인당 GDP가 월 환산으로 3만2690 홍콩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흡연자는 중산층 이하로 추론할 수 있다.

스콧 렁 의원은 “이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면 소득이 적어 공공주택에 살기 때문에 흡연이 금지되냐, 돈이 있으면 민간 주택에 가서 흡연해도 되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며 “공공주택 거주자들에게 흡연이 금지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계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화장실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흡연하면 다른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택난이 심각한 홍콩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행정 부담 심화, 주택 공급 지연 등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데니스 렁 의원은 “금연층을 어디에 배치할 것이냐, 주민들의 흡연 여부에 따라 (공공주택의) 공정하고 합리적인 배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