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맞아 실명 위기에 처했던 시각장애인 2명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됐다. 보건복지부 장기이식등록기관인 사단법인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이사장 임석구 목사)은 21일 감리교회의 부활절 헌금으로 각막이식 수술비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후원은 경기도 평택 선한목자교회(박종운 목사)와 인천 영광교회(윤보환 목사)의 참여로 이뤄졌다. 선한목자교회는 종려주일(13일) 예배에서, 영광교회는 부활절 당일(20일) 예배에서 헌금을 모아 생명을나누는사람들에 전달했다.
이 헌금은 전북 전주 온누리안과병원(원장 정영택)을 통해 시각장애인 2명의 수술비로 사용됐다. 전북 김제에 사는 정모(70)씨는 “시력을 잃은 뒤에는 벼랑 끝으로 떨어진 느낌이었다”며 “최저시급 받는 딸에게 병원비를 의지하는 게 너무 미안했는데 이제는 딸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정씨는 직업군인 퇴직 후 경비업에 종사하다 시력 저하로 권고사직을 받은 상황이었다.
또 다른 수혜자인 장모(71)씨는 “그동안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우울했고 실명도 걱정됐는데 이런 도움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그저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장씨는 5년 전 좌안 시력을 잃은 데 이어 최근 우안도 악화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병원 측은 “수술을 통해 실명의 위기를 벗어났으며 일상생활이 가능한 수준으로 시력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이번 부활절 후원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는다. 조정진 생명을나누는사람들 상임대표는 “안중 선한목자교회와 인천 영광교회에서 현재 담임목사 은퇴할 때까지 매년 부활절마다 각막이식 수술비 후원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앞을 못 보던 이들에게 부활의 아침처럼 찬란한 빛이 계속해서 비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또 “올해 부활절은 그 어떤 해보다 생명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며 “더 많은 교회가 생명을 살리는 사역에 함께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생명을나누는사람들은 각막이식 수술비 지원 외에도 장기기증 캠페인, 백내장 수술 및 안과 검진, 소아암 및 희귀난치병 치료비 지원, 도시락 나눔 사업 등 다양한 생명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