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지방에 10년 만에 최악의 우박이 쏟아져 주택 지붕과 차량을 다수 파손하고 반려견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극단적인 날씨가 더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와 중국기상 등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광시성 허츠시 이저우구에 지난 19일 강풍과 함께 지름 5㎝ 이상의 굵은 우박이 쏟아졌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당시 영상에 따르면 달걀 크기의 우박이 떨어져 농작물과 자동차 창문, 주택 지붕을 파손했다.
한 농가에선 우박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채로 죽은 개도 발견됐다. 줄에 묶여 있어서 우박을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우박이 40분 동안 돌비처럼 쏟아졌다”고 증언했다. 다른 주민은 “순식간에 강풍이 불어오면서 하늘이 어두워졌고 우박이 지붕과 채소밭에 총탄처럼 쏟아졌다”고 전했다.
현지 기상당국이 46분 전에 주황색 경보를 발령했지만, 재산 피해는 막을 수 없었다. 광시성에서 대규모 우박 피해가 발생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광시성은 지난 10년간 우박 재해 발생 빈도가 지난 20세기보다 약 20% 증가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냉온 기류의 격렬한 충돌로 우박이 발생했다”면서 “지구온난화로 대기의 에너지가 증가하면서 강한 대류성 날씨가 자주 발생하고 극단적인 날씨가 빈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2023년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예년보다 35% 증가했고 우박의 직경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