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여러분과 동행하십니다.”
20일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역 인근 상가 5층에 자리한 둥지교회 예배당. 부활주일을 맞은 이곳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은 공동체의 숨결이 가득했다.
둥지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배하는 ‘통합예배’를 실천해왔다. 이날 예배엔 180여 명이 참석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지체·시각·발달·지적장애가 있는 성도들이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이들이 미리 도착하면 비장애인 봉사자들이 자연스럽게 동행하며 예배당으로 안내했다.
예배 중 “다 함께 일어섭시다” 같은 지시는 없다. 설교 중 자폐 성향의 아이가 강단에 올라와도, 성도가 중간에 화장실에 다녀와도 제지하거나 불편함을 표하는 이는 없다. “장애인 목회는 특수 목회가 아니다.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동일한 예배자”라는 신경희 목사의 철학이 예배 전반에 스며 있다.
봉헌 시간엔 중증 지체 장애를 지닌 정가영·박태원 집사 부부가 결혼 10주년을 기념해 CCM ‘행복’을 특송했다. 전동휠체어를 조작하며 찬양하는 그들의 얼굴엔 기쁨이 가득했다. 휠체어에 탄 성도들이 성가대석에 함께한 모습은 진정한 부활의 감동이었다.
이어 신 목사는 “질병 가운데서도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시고 인생의 숙제 속에서 하나님의 지혜를 배우게 하시니 감사합니다”라며 봉헌 기도를 드렸다.
둥지교회의 시작은 1994년, 신 목사의 신혼집이었다. 당시 지체장애인 7명과 비장애인 5명이 함께한 조촐한 예배였다. 빈민 선교와 공부방, 의료봉사에 힘쓰던 그는 뇌병변 장애 여성의 고백에 삶의 방향을 틀었다. “우리 가족은 결혼을 앞둔 남동생 때문에 나를 숨기고 싶어 해요.”
그 고백은 그의 삶과 사역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꿨다. 초기 5년간은 유치원실, 12평 어린이집 등을 떠돌며 예배했다. 1998년 첫 독립 공간을 마련했고 2012년 장애인주간을 맞아 지금의 상가건물로 이전했다. 접근성과 시설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현재 예배당은 300평 규모로 예배실, 식당, 소모임 공간 등을 갖췄다.
교회는 예배를 넘어 삶까지 동행한다. 교회 근처 대구 달성군 하빈면에 있는 ‘셋 둘 삶터’에서는 8~20명의 장애 성도가 사회복지사와 함께 자립을 준비하며 지낸다. ‘셋이면 더 좋고, 둘이라도 함께 살자’는 의미의 공동체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생활복지센터 ‘아름다운 집’에선 시장 보기, 여행 훈련 등 일상훈련이 진행된다. 두 시설 모두 신 목사가 장애인들의 자립 지원 사역을 위해 시설장으로 직접 운영 관리하는 장애인 거주시설이다.
지금도 그는 매주 주일마다 두 차례에 걸쳐 10인승 봉고차를 몰며 장애인 성도들을 직접 교회로 태운다. 리프트 버스를 폐차했지만 신차 구매는 1억 원 이상이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교회는 국내외 20여 선교지를 후원하고 무료급식소와 새터민 교회도 지원하고 있다.
“다시 돌아가도 또 장애인 목회를 선택할 것”이라는 신 목사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전했다.
“하나님 앞에서 장애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교회가 그 사실을 가장 먼저 증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구=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