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나라의 주왕은 본래 지혜와 용기를 겸비한 현명한 임금이었다. 그런데 달기라는 요부에 빠지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잔혹한 형벌을 고안해 내어 자신을 반대하는 관리나 백성들을 잔혹하게 불에 태워 죽이는 등 극악무도한 폭군이 되고 말았다.
흑화된 주왕은 거침이 없었다. 자신의 향락을 위해 백성들을 7년 동안 노역에 동원해서 높이가 1000척에 달하고 둘레가 삼 리나 되는 궁전을 만들었다. 완성된 궁전에서 주왕은 미녀들을 모아 자신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 삼았다. 이것으로도 부족했던지 술로 연못을 만들고 고깃덩이를 걸어 숲을 이루게 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주지육림(酒池肉林)’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발가벗은 젊은 남녀들이 서로를 희롱하며 음탕한 음악과 음란한 춤을 추게 하고, 주왕은 이런 광란의 잔치를 감상했다. 달기와 함께 주지육림 속에서 쾌락을 즐기던 주왕과 상나라의 종말은 당연했다. 주나라를 세운 무왕에 의해 자신은 물론 상나라까지 망하고 말았다. 다행히 나라가 망하지는 않았지만, 요즘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진행되는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새롭게 당선될 대통령은 파면된 전임 대통령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대의멸친(大義滅親)’이라는 고사성어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주우가 이복형제인 환공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 충신 석작은 일찍이 주우가 반역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주우와 절친하게 지내는 자신의 아들 석후에게 주우를 멀리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석후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환공을 죽이는 일까지 거들기까지 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반역한 주우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무력으로 이웃 나라를 침공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민심 수습 방안을 고민하던 석후는 아버지 석작에게 조언을 구했다. 석작은 주나라 왕실을 찾아가서 천자에게 승인을 받으라고 조언하면서, 먼저 주나라 왕실과 각별한 사이인 진나라 진공에게 부탁하라고 일렀다.
주우와 석후가 진나라로 떠난 후, 석작은 진공에게 밀사를 보내 ‘주우와 석후는 임금을 죽인 반역자이니 그들을 잡아 죽여 대의를 바로잡아 달라’고 고하였다. 이것도 모자랐던지 석작은 혹시 자신의 입장을 배려해서 진나라가 아들 석후를 살려 보낼까 염려되어 심복을 보내 처형을 지켜보도록 했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국가나 사회의 대의를 위해서는 친족도 멸한다’는 뜻의 ‘대의멸친(大義滅親)’이다.
대통령선거를 치르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당선 후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일 수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 대의를 저버린 보답의 결말은 언제나 불행으로 귀결되었음을 명심할 일이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는 부디 대의를 위해 측근도 버릴 수 있는 사람이 당선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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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