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옛 전남도청을 끝까진 지킨 ‘푸른눈의 시민군’ 데이비드 리 돌린저씨에게 광주광역시 명예시민증을 수여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데이비드 리 돌린저(David Lee Dolinger·한국명 임대운)씨에게 광주광역시 명예시민증이 수여될 전망이다.
광주시는 임씨가 당시 광주를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광주시민들을 끝까지 돕고, 한국을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들어 명예시민증 수여가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임씨는 미국평화봉사단원으로 영암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5·18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접하고 사실상 시민군으로 활동했다. 1980년 5월 24일엔 시민군의 최후항전지인 전남도청에 머물며 계엄군의 무전기를 감청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사후에 유골 일부를 광주에 묻히길 희망한다고 밝힌 그는 지난 2022년엔 자신의 회고록을 발간, 인세 전액을 ‘임대운과 함께하는 오월’을 조직하는 데 기금으로 활용했다.
임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광주시민들과 함께 한 시간을 “생애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임씨가 뒤늦게 광주 명예시민증을 받게 된 배경은 5·18기록관이 올해 제45주년 5·18 기념전시를 기획하면서 그의 공적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5·18기록관은 올해 기념전시로 민주항쟁에 직접 참여하고, 항쟁을 목격한 외국인들의 헌신을 기리는 ‘증인:국경을 넘어’ 전시를 준비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임씨는) 항쟁의 목격자일 뿐만 아니라 당시 시민들과 함께 여러 역할을 했다. 특히 항쟁 이후에도 진실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명예시민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임씨의 공적을 검토한 뒤 조정위원회와 광주시의회 심의 등을 거쳐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일 전인 다음달 중순께 임씨에게 명예시민증을 수여할 계획이다.
특히 명예시민증 수여와 함께 현재 인도에 체류중인 임씨를 광주로 초청해 특별강연도 개최할 예정이다. 미생물 및 면역학 박사인 임씨는 현재 인도의 한 의료기술회사의 수석부사장을 맡고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명예시민증이 수여되면 광주시민에 준하는 행정상 혜택이 부여되며, 시정 위원회 위원으로 위촉 및 시 주관 행사 참여 등 시정 참여 기회 주어진다. 또 시 운영 공공시설 이용료 면제 또는 감면, 시 방문시 이동 및 숙식 편의도 제공된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