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의 부활절은 어떨까…선교사들이 전한 기쁨의 현장

입력 2025-04-20 11:55 수정 2025-04-20 16:31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에서 찔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EIMA 학생들이 2023년 부활절 칸타타 공연을 하고 있다. 김희정 선교사 제공

한국교회가 외국인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지 140년, 이젠 세계로 뻗어 나간 한국 선교사들이 복음과 함께 현지에 스며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부활절을 맞아 현지인과 함께 그 의미를 나누려는 각국 선교지 풍경도 다채롭다.

아프리카 마지막 왕정국가의 부활절 축제
아프리카 에스와티니 최초의 음악대학 EIMA(Eswatini Institute of Music and Art)에선 부활절에 현지 학생들의 칸타타 공연이 열린다. 칸타타를 이끄는 건 현지 등록 NGO이자 문화예술교육 선교단체 ‘아프리카 찔로’를 설립한 김희정 선교사다. 그는 19일 국민일보와 메신저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는 음악과 예술 방면으로 무한한 재능과 가능성이 있는데, 세상에 널리 알려진 부활절·성탄절 절기 찬송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 지역엔 없었던 칸타타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프리카 청년들의 음악적 재능을 살려 진정한 찬양의 기쁨을 알리려 한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3년 전 EIMA 청년 10명으로 처음 시작한 칸타타엔 이제 30명이 참여하며, 현지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부활절 행사로 자리 잡았다.

찔로 프로젝트에 참가한 EIMA 학생들이 2023년 부활절 칸타타 공연을 하고 있다. 김희정 선교사 제공

지난해 칸타타 때는 영화 패션오브크라이스트에서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던 장면을 틀었다. 관객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찬양하던 학생들은 그 모습에 더 큰 은혜를 받으며 현장은 뜨거워졌다. 김 선교사는 “그날 찬양사역자 길을 다짐하고 사명감을 가진 이도 있다”면서 “올해도 ‘니야푸나(Ngiyafuna·간절히 원합니다)’라는 이름으로 예배와 콘서트가 열린다. 앞으로도 교회 음악으로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왕정국가이면서 동시에 기독교 국가인 에스와티니의 부활절은 국가적 축제 기간이다. 수도 인근 국립 경기장에서 국왕이 직접 설교하는 수천명 규모의 성대한 예식이 열린다. 하지만 외형상 장엄한 예식 안엔 토속 신앙을 기반으로 한 무속적 요소가 강하게 녹아 있다. 2016년부터 9년째 사역 중인 김형일 선교사는 “기독교 행사라기보단 에스와티니 고유의 전통문화가 섞인 신비주의적 의식에 가깝다”면서 “이곳의 부활절이 참된 복음의 기쁨으로 회복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칸달주유도대표팀의 모습. 이승찬 선교사 제공

고향 대신 부활절 회식, 고기 굽는 캄보디아 ‘유도대표팀’
불교 국가인 캄보디아에선 기독교인의 비율이 1%에 불과하다. 더구나 부활절 시기는 캄보디아 민족 명절인 쫄츠남과 겹쳐 있다. 4년째 칸달주유도대표팀을 섬기고 있는 이승찬 선교사는 이 명절을 기독 신앙을 가진 선수들과의 특별한 시간으로 삼는다. 이 선교사는 “부활절 기간 우리 선수단이 훈련하는 올림픽 스타디움도 전체 폐쇄된다”며 “대부분 선수가 고향으로 떠나는데, 고향이 너무 멀어 가지 못하는 기독 선수들과 스타디움 바깥에 모여 매년 부활절을 기념한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가 만든 부활절 전통은 스타디움 바깥에 모여 큰 철판을 깔고 고기를 구워 나눠 먹는 것이다. 그는 “이 행위는 단순히 밥 한 끼 나누는 것을 넘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가 우리의 죄를 사하시기 위해 ‘화목제’로써 돌아가심을 떠올리고 기억하자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코이와침례교회 부활절 칸타타. 이희석 선교사 제공

벚꽃 설렘에 클래식 사랑 섞어…日 부활절 칸타타
일본 역시 복음화율이 1% 미만으로, 기독 문화가 익숙하지 않은 사회다. 10년 전 일본에 파송돼 현지교회 신코이와침례교회를 돕고 있는 이희석 선교사는 “교회 문턱을 넘는 게 어려운 곳이기에 문화 자체를 스며들게 하려 한다. 이를 위해 부활절과 성탄절 칸타타를 열어 새로운 분을 많이 초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활절은 일본이 사랑하는 벚꽃 시즌이다. 이 선교사는 “벚꽃축제 기간과 일본인의 클래식 사랑 등을 활용한다”면서 “칸타타 포스터에 벚꽃을 넣고, 칸타타엔 모노드라마나 클래식을 섞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 부활절엔 벚꽃이 이미 져 버렸는데, 오히려 이를 반영해 “벚꽃이 모두 졌지만 다시금 돋아날 것처럼 주님도 우리를 위해 죽으셨지만 다시 오실 것을 약속하셨다”는 메시지를 선포했다. 이 선교사는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을 접목함으로써 한 번도 교회에 안 나가본 사람이 교회를 들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슬람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침켄트순복음교회 성도들이 부활절을 맞아 기쁨으로 찬양하는 모습. 오수황 선교사 제공

이슬람 국가에서 지켜진 부활절 전통
이슬람 국가인 카자흐스탄에서 20년 넘게 사역해 온 오수황 선교사는 “이 곳의 기독교인은 전체 인구의 2%도 안 되지만, 러시아정교회 영향으로 경건한 부활절 전통이 지켜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 선교사는 “이 곳 성도에게 부활절은 1년 중 가장 중요한 영적 사건”이라며 “부활절 전날인 토요일 예수님의 빈 무덤을 상징하는 빵 ‘쿨리치(부활빵)’와 빨갛게 물들인 달걀을 바구니에 담아와 축복하고, 주일 새벽까지 철야 예배를 드린다”고 말했다. 마침 올해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러시아정교회와 개신교의 부활절이 같다. 오 선교사는 “부활절 당일엔 쿨리치와 달걀 등 축복받은 음식과 사순절 금식기간 피했던 고기 등으로 가족이 모여 성대한 식사를 한다”면서 “이슬람이 대부분인 나라에서 부활절을 지키는 특별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부활절 아침, 예수살렘 거리서 퍼진 찬양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의 부활절은 어떠할까. 예루살렘에서 20년째 사역 중인 킹덤월드미션(KWMI) 소속 송하경(70) 선교사는 “출애굽 사건을 중시하는 이스라엘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철저히 지키되 부활절은 기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이곳에서도 예수님을 믿는 유대인 공동체 ‘메시아닉 쥬(Messianic Jew)’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부활절 아침, 예수님의 무덤으로 알려진 ‘가든 툼(Garden Tomb)’에서 전 세계 크리스천들과 연합예배를 드리고 히브리어 찬양과 간증, 성찬식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송 선교사는 “지금은 이스라엘이 전쟁 중이기에 주민들이 많이 지쳐있다”면서 “거리에서 이들을 위로하는 찬양과 예루살렘의 평화를 기도하면 많은 이들이 다가온다. 이를 통해 예수님 부활의 복음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루살렘은 부활의 시작점이며 지금도 그 메시지는 살아 있다”면서 “부활하신 예수님 생명의 빛이 이스라엘과 가자, 중동 전역에 비쳐 전쟁과 죽음의 현실을 넘어 평화와 생명이 회복되길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조승현 김수연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