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고집하는 트럼프, 피하는 시진핑…美·中 관세 전쟁 점점 교착

입력 2025-04-20 09:39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무역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두 강대국이 관세 전쟁을 중단하려면 협상이 필요한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일대일 담판만을 주장하고 시 주석은 회피하면서 협상 진전이 점점 더뎌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3~4주 안에 중국과의 관세 인상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트럼프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의 일대일 회담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두 강대국 간의 심화하는 무역 전쟁을 막기 위한 다른 외교적 노력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여러 차례 시 주석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시 주석과 직접 대화를 나눴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는 중국과 대화 중이다. 그들이 수차례 연락해왔다”며 협상 타결 시점에 대해 “앞으로 3~4주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직접 대화한 적이 있느냐는 말에는 “나는 그것이 있었는지를 말한 적이 없다.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시 주석은 미국과의 협상보다 관세 전쟁 우군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최근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 3국을 순방하며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시 주석이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공유할 정보가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의 ‘직거래’에 고집하면서 양국 간의 의미 있는 소통은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그는 주중 대사에 데이비드 퍼듀 전 상원의원을 지명했지만, 아직 상원에서 인준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을 이끌 다른 인사를 지명하지 않았고, 백악관도 미국 주재 중국 대사관에 접촉해 대화를 시작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지난달 23일 공화당 소속 스티브 데인스 상원의원이 베이징을 방문해 리창 총리를 만났지만, 관세보다는 마약 펜타닐 대응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중국 담당 국장을 지낸 라이언 해스는 폴리티코에 “트럼프는 푸틴과 직접 대화했던 것처럼 시진핑과도 직접 거래하기를 원한다”며 “그는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을 통해 전달하는데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정상과의 회담을 일종의 공개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해온 것이 시 주석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상회담 형식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 16일 장관급 통상대표인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에 리청강을 임명한 것이 미국에 일종의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리청강은 세계무역기구(WTO) 중국 대사를 지내는 등 수십 년간 국제 협상을 맡아온 인물이다. 중국이 관세 전쟁을 담당할 새 인물을 지명하면서 미국 측에도 ‘카운터파트’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