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시작된 충북 청주체육관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 예측처럼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약 5000명 당원 대다수는 이 전 대표가 입장하고 연설하고 손을 흔드는 일거수일투족에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다른 후보들에겐 중간중간 야유도 나왔다. ‘언더독’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은 “일당백의 자세로 응원하겠다”며 역전극을 기대했다.
당원들은 19일 이 전 대표가 연설을 위해 청주체육관에 들어서자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이재명’을 연호했다. ‘지금은 이재명’이란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른 이 전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세종에 거주하는 이 전 대표 지지자 최수영(57·여)씨는 “이 전 대표에게 범죄 혐의가 있는 것은 맞지만, 사익을 취하려 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계몽’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내지르는 함성의 데시벨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모습도 있었다. 특히 김 지사가 연설을 위해 주황색 한화이글스 야구 점퍼를 입고 입장하자 몇몇 당원은 “(민주당 색인) 파란색을 입으라”고 야유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 캠프 관계자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체육관 자리를 선점해 상대적으로 소수인 우리 지지자들은 자리도 제대로 못 맡았다”고 토로했다.
일방적인 응원전 속에서도 일부 당원들은 꿋꿋이 자신이 지지하는 김 전 지사와 김 지사를 응원하며 역전극을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김 전 지사 지지자들은 서로를 향해 “우리가 ‘일당백’인 것처럼 응원하자”고 의지를 다졌다. 경남 김해 출신 대학생 손영욱(21)씨는 “김 전 지사의 장점은 이재명보다 부드럽다는 점”이라며 “‘어대명’은 맞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잡고자 나부터 열심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유미(49·여)씨도 “김 전 지사가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키는 것을 보며 국민과의 의리도 지킬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며 “이 전 대표가 워낙 우세해 당내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기 쉽지 않지만, 김 전 지사를 지지하는 숨어 있는 당원과 중도층 국민도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를 응원하는 서울의 회사원 나병호(44)씨는 “먹고 살기 팍팍한 시대엔 김 지사 같은 경제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이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지금 같은 극한 대립의 혼란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이 싸움을 멈추기 위해선 김 지사가 더 좋은 선택지”라고 지지 이유를 밝혔다. 전남 광주의 직장인 임하(60)씨도 “김 지사는 누구보다 깨끗하고 청렴한 인물이란 점에서 이 전 대표와 차이가 있다”며 “이 전 대표도 좋은 정치가지만, 독한 느낌 탓에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승패와 상관없이 경선 자체를 즐기는 당원들도 있었다. 청주 출신 2급 지체장애인인 이만종(65)씨는 이날 전동스쿠터를 탄 채 스케치북을 들고 경선장을 찾았다. 민주당 후보들에 사인을 받기 위해서다. 이씨는 결국 이 전 대표와 김 지사 사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 전 대표는 사인에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이란 문구를 적었고, 김 지사는 ‘유쾌한 반란’이란 글귀를 남겼다고 한다.
이씨는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를 들어 달라고 말했더니 김 지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며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지만, 경선을 지켜보며 진정성 있게 마음을 울리는 후보를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의 회사원인 김효정(32·여)씨도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도 모두 존경할 만한 인물이라 생각한다”며 “내란 세력인 국민의힘과 싸우기 위해 당내 후보들끼리는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이동환 송태화 기자 huan@kmib.co.kr
청주=이동환 송태화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