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광화문 광장은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리는 퍼레이드와 공연으로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19일 CTS기독교TV 주관, 한국교회총연합 주최로 열린 ‘2025 부활절 퍼레이드’에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고 나온 성도들과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다.
올해 퍼레이드는 한국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며 더욱 뜻깊게 열렸다. ‘그가 살아계시기에 우리는 내일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가 한반도에 복음의 씨앗을 뿌린 이후 이어져 온 140년 한국 기독교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퍼레이드에는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손 피터 언더우드(Peter Underwood)와 아펜젤러 선교사의 5대손 매튜 셰필드(Matthew Sheffield)는 ‘2025 부활절 퍼레이드’에 직접 참여해 뜻깊은 시간을 더했다. 이들은 초기 선교사들의 사역을 재현한 대형 범선 플로트카에 직접 탑승해 선조들의 헌신을 기념했다.
피터 언더우드는 “140년 전 범선을 타고 한반도에 복음을 전한 선진들을 기리는 행사에 직접 참여하게 돼 매우 뜻깊다”며 “믿음의 선진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이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풍성한 열매로 맺어진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2025 부활절 퍼레이드’ 조직위원회 대회장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개회사에서 “선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퍼레이드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하늘에서 은혜의 단비, 축복의 단비가 내리는 이 날, 퍼레이드가 우리 모두에게 은혜와 축복, 영광이 가득한 부활절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부활절은 온 민족의 꿈과 희망, 생명의 날인 만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부활의 생명이 넘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종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순한 종교적 사건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많은 도전과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부활의 메시지를 어려운 시대를 이겨낼 용기와 힘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이 축제는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하나된 공동체로 어우러져 부활의 정신을 전하는 연대와 화합의 상징이기도 하다”며 “부활의 기쁨과 평화가 모두에게 함께하길 축원한다”고 전했다.
행진 구간은 정치 집회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총 1.6㎞로 축소돼 진행됐다. 이날 새에덴교회 성도들이 구약시대 언약궤를 형상화 한 ‘구약 행렬’을 시작으로 60여개 팀 6000여명이 예수 부활을 기념하는 거룩한 행진을 이어갔다.
‘2025 부활절 퍼레이드’는 총 4막으로 진행됐다. ‘약속의 시작(1막)’ ‘고난과 부활(2막)’ ‘한반도와 복음(3막)’ ‘미래의약속(4막)’을 주제로 성경의 대서사와 한국 기독교 140년의 역사를 담아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퍼레이드는 힘차게 이어졌다. 하나님의 말씀을 담았던 구약시대 언약궤 행렬을 시작으로 가나 혼인잔치의 물항아리,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 고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까지 성경의 주요 장면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재현됐다.
또한 개화기 당시의 시대상을 재현한 소품들과 초기 선교사들의 활동을 재연해 믿음의 후손들과 시민들에게 한국 기독교의 역사를 생생히 전달했다. 올해 퍼레이드는 각 주제별 전문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 형식으로 단순한 행렬을 넘어 구간별 퍼포먼스를 강조한 주제 퍼레이드로 구성됐다. 광화문 광장을 무대로 마치 한 편의 대형 뮤지컬처럼 연출됐으며 20여 명의 전문 연기자들이 참여해 부활의 메시지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했다.
김진경 청강문화산업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오늘 부활절 퍼레이드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한국을 사랑한 언더우드 선교사의 사역을 되새기며 한 달 반 동안 준비했다”며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아이들이 최선을 다해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우산을 든 시민들이 하나둘 발걸음을 멈췄다. 일부는 스마트폰으로 행렬을 따라가며 영상을 촬영했고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발길을 멈추고 퍼레이드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순옥(51·여) 씨는 “비가 오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고난을 이기고 부활하신 주님처럼, 우리 삶에도 사회에도 회복과 소망이 넘치길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광화문 육조마당과 가도 공간에는 33개의 상설 부스가 설치돼 퍼레이드 참가자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이벤트를 제공했다. 햇살콩 작가와 러브그로우레터 등 인기 크리스천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해 청년들과 건강한 기독교 문화를 나누는 소통의 장도 마련됐다. 또한 사랑의 우체통, 포토존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돼 시민과 함께하는 기독교 문화축제로 펼쳐졌다.
이어 오후 6시 30분부터는 광화문 특설무대에서 박정현, 데이브레이크 등이 출연하는 부활절 기념 음악회 ‘2025 조이플 콘서트’가 열려 부활절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감경철 회장은 “올해로 3년째를 맞은 부활절 퍼레이드가 기독교 문화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협력해준 한국교회와 여러 기관, 사랑하는 동역자들께 감사드린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경찰·소방 관계자들의 협조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 이 퍼레이드가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