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이 예전에 데프트가 이즈리얼 하던 것처럼…”
올 시즌 화제의 신인 BNK 피어엑스 ‘디아블’ 남대근은 지난 12일 KT 롤스터전에서 원거리 딜러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들었다. 이날 2세트에서 그가 이즈리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쳐 상대의 기세를 꺾자 고수진 해설은 그를 두고 ‘데프트’ 김혁규와 비슷하다고 했다.
김혁규가 누구인가. 현역 시절 원거리 딜러의 로망으로 불렸던 이다. 상대를 포탑으로 밀어 넣는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움직임, 한타에서 빛나는 빠른 반응 속도와 남다른 메카닉 그리고 완벽한 포지셔닝까지. 원거리 딜러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동경해봤던 선수가 그다. 신인 원거리 딜러가 들을 수 있는 평가 중 “데프트와 비슷하다”는 말보다 더한 극찬은 없다.
남대근의 LCK 데뷔 시즌 초반 활약상을 보면, 적어도 현재로서는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하다. 팀이 3승3패를 거두는 동안 그는 ‘켈린’ 김형규와 함께 팀의 1옵션으로서 기대치 이상의 활약을 해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장점은 강한 라인전. 김형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정글러 개입 없이도 복수의 킬을 따내고 있다. 여기에 이즈리얼·바루스·제리 등 챔피언 편식도 없다는 점에서 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1세대 프로게이머 출신인, 그의 소속팀 사령탑 유상욱 감독도 남대근의 플레이 스타일이 김혁규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그는 18일 T1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고 (두 선수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팀적인 희생이 있긴 하지만 공격적으로 잘하는 선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 남대근은 자신감이 좋다. 경력에 비해 게임을 보는 눈도 좋다”며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다. 자신감이 너무 과해지지만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비교 대상이 된 본인들은 이런 평가를 어떻게 생각할까. 김혁규는 18일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BNK 경기가 재밌어서 다 챙겨보고 있다”면서 남대근을 두고 “보고 있으면 정말 게임을 하고 싶게 만드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디아블’ 선수는 라인전 매치업별로 불리한 상성과 유리한 상성에 따라서 몇 레벨에 어떤 스킬을 어떻게 피하면 이길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이 나와 조금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혁규는 바텀 듀오 두 선수의 호흡이 정말 잘 맞는다면서 “기사에 김형규에 대한 칭찬도 같이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재밌게도 2007년10월생, 만 17세인 남대근은 김혁규의 경기 영상을 많이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T1전 직후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2017년 후반부에 LoL을 시작했고 e스포츠 대회를 제대로 챙겨보기 시작한 건 2022년부터”라면서 “그래서 ‘데프트’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정확히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프트’ 선수의 과거 매드 무비를 챙겨봤다. 공격적으로 정말 잘하시더라. 그동안 보여주셨던 공격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남대근을 처음으로 김혁규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던 고수진 해설도 18일 서면 인터뷰로 더욱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고 해설은 “김혁규의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는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상대 바텀을 터트리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빙을 치는 방향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고 해설은 “일반적인 선수들은 (상대가) 이즈리얼로 Q를 쏠 때 미니언 뒤에서 피하고 앞으로 나가고를 반복한다. 이 플레이의 단점은 안정적이기는 하나 순간적으로 (상대에게) 압박을 풀어주는 데 있다. (라인전을) 강하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남대근은 무빙을 앞으로 치면서 상대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너는 나한테 Q를 쏘면 미니언 못 먹는데 난 네 Q를 피할 수 있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미니언에 Q를 쏘자니 (남대근이) 무빙을 앞으로 치니까 딜교환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남대근은 이 플레이를 매 순간 반복한다. 스킬을 맞으면 손해를 입지만 그만큼 벌어들이는 것도 많은 플레이”라고 말했다.
고 해설은 “그런 상황이 오늘 바루스를 했던 1세트에서 잘 나왔다. 그 모습이 마치 김혁규가 했던 플레이처럼 보인다는 것”이라면서 “최근 남대근이 이즈리얼로 ‘난리’ 치는 모습이나 오늘 라인전을 보면 LoL을 오래 보신 분들은 소환사명을 가려놨을 때 이게 남대근인지, 김혁규인지 헷갈리실 법하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