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안에…” 불길 뛰어들어 95세 할머니 구한 경찰관

입력 2025-04-18 14:56 수정 2025-04-18 15:08
주택 화재현장에서 불길을 뚫고 95세 할머니를 구조하는 전남 보성경찰서 읍내파출 소속 박유민 경위 모습. 보성경찰서 제공

“어머니가 아직 집 안에 계세요. 제발 구해주세요.”

지난 16일 오후 1시 51분쯤 전남 보성군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박유민 경위(45) 등 보성경찰서 읍내파출소 소속 경찰관 6명은 소방 공동 대응 요청에 따라 3㎞ 가량 떨어진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다.

전남 보성 주택 화재 현장.보성경찰서 제공.

그러나 주택은 이미 시뻘건 화염과 자욱한 연기로 뒤덮인 상황이었다.

“방안에 계신 어머니가 빠져 나오지 못했어요.”

가족들이 다급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지체할 수 없었던 박 경위는 외근 점퍼에 물을 뿌려 얼굴을 감싼 뒤 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 탓에 시야가 흐렸다.

방 한편에서 누워 있던 할머니(95)를 발견한 박 경위는 할머니를 들어 안고 집 밖으로 빠져나왔다. 할머니는 한 달 전 다리 수술을 받아 거동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할머니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유민 경위가 물을 뿌린 뒤 불길에 뛰어들 때 입었던 점퍼. 보성경찰서 제공.

“어머니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가족들은 목숨을 걸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 박 경위에게 연신 감사함을 전하며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다.

박 경위는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경찰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민 경위. 보성경찰서 제공.

보성군은 군민의 생명을 지켜낸 경찰관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전남경찰청은 표창 수여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날 화재는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박 경위가 집안으로 뛰어들 때 마당에 있던 자동차는 이미 불길에 휩싸여 형체가 절반 정도만 남아있던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