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2012년 창립 이후 사상 첫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사상 첫 매출 1조원 돌파와 함께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라는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1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18일 무신사에 따르면 박준모 대표는 지난 15일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전 임직원 참여 타운홀 미팅에서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그는 “여러가지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무신사가 임하는 비즈니스의 복잡도도 높아지고 있어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실적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정이다. 무신사의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은 전년 대비 25% 늘어난 1조242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28억원의 흑자로 전환됐다. 다만 올해 1분기에는 전체 거래액이 소폭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설정한 목표치를 크게 밑돌며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신사가 비상 경영에 나서는 이유는 올해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대비 늘었음에도 내부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타운홀 미팅에서 “현재 상황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과감한 투자와 치밀한 실행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신사는 비상 경영 기간 임원들에 대해 주말 출근을 지시하고, 조직별 슬림화를 통해 운영 효율화를 꾀할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자회사 29CM와의 브랜드 운영 조직(MD) 통합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다만 무신사 측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더 큰 위기가 오기 전에 경각심과 위기의식을 갖고 준비하자는 차원”이 선을 그었다.
이번 조치는 온라인 패션 커머스 업계 전반의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명품 플랫폼 ‘발란’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데 이어, 주요 백화점의 패션 매출도 부진이 이어지는 등 업계 전반이 침체 분위기에 빠져 있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인상 등 글로벌 변수들이 의류 원가를 자극하며 수익성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