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나왔으니까 최선을 다해 봐야죠.”
17일 강원도 춘천시 라베에벨CC 올드코스(파71)에서 열린 KPGA투어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총상금 10억 원)에 출전한 김도훈(36)의 각오다.
김도훈은 스폰서의 역대 우승자 초청에 의해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는 2011년 이 대회에서 강욱순(58), 강경남(42·대선주조)과 연장 6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했다.
김도훈은 대회 첫날 1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았으나 보기 2개에 더블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1타를 쳤다. 오후조가 경기를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 대회에 초청으로 출전한 역대 우승자 중 시드가 없는 선수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이다.
2020년 이후 KPGA투어 공식 대회에 6년만에 출전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는 “샷은 그런대로 좋았다”라며 “다만 그린이 너무 빨라 적응이 힘들었다. 6년 이상을 이런 스피드 그린을 경험하지 않다보니 아차 하면 3퍼트가 나온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김도훈은 같은 시기에 국가대표로 함께 활동했던 동명이인 부산 김도훈과 구분해 이름 뒤에 회원번호 752 또는 출신지를 앞에 붙여 대구 김도훈으로 불렸던 선수다. 2009년에 KPGA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그는 2011년부터 17년까지 7년간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서 활동하다 국내 무대로 돌아왔다.
그랬던 그가 코로나19 펜데믹 시기인 2020년 시즌을 마친 뒤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다. 김도훈은 “몸 상태와 성적이 안좋은 것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의욕을 잃었었다”라며 “해외 투어 복귀자 시드(1년간)가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만약 사전에 인지했더라면 선수 생활을 더 했을텐데 아쉽지만 그냥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갑작스런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은퇴 이후 그는 방송 활동과 레슨, 그리고 유튜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남부CC 연습장에서 주니어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고 방송은 JTBC골프의 골프 스튜디오 코너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다. 그의 유튜버 채널 ‘김도훈훈’은 구독자 11만명 이상을 보유할 정도로 인기다.
김도훈의 제자 중에는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꽤 있다. KPGA투어서 활동중인 김승혁(39·금강주택), 조민규(37), 황중곤(33·이상 우리금융그룹) 등이 김도훈의 제자들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서 활동하다 은퇴한 1년 후배 유소연(35)도 한동안 그의 지도를 받았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레슨하면서 태국에서 골프 비즈니스를 좀 해볼 계획”이라며 “기회가 되면 회원님들 위주로 여행 프로그램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그 분들과 세계 100대 골프장을 탐방하는 것도 향후 계획 중 하나다”고 했다.
김도훈은 유소연의 은퇴 경기 때 캐디백을 맸다. 그는 “당시 (유)소연이가 정말 열심히 준비하는 걸 보고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80개 칠까봐 걱정이 돼서 그런다’고 답하더라”라며 “나도 그 때 소연이와 같은 심정으로 이 대회에 임하고 있다. 오랜만에 나온 대회라 긴장이 돼 심장이 쫄깃쫄깃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춘천(강원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