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선교지라면? 일터에서 복음 전한 부부 이야기

입력 2025-04-17 16:49 수정 2025-04-18 00:02
최근 충북 충주시 서울더블유치과병원에서 만난 김형석(48) 이사장과 손효정(42) 병원장 부부가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환자와 직원을 가족처럼 섬기며 우리가 받은 은혜와 사랑을 일터와 지역사회에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충북 충주시 중심가에 자리한 서울더블유치과병원. 충북 북부권에서 유일한 치과종합병원인 이곳은 단순한 의료기관을 넘어 하나님 사랑을 전하는 복음의 통로로 세워지고 있다. 최근 병원에서 만난 서울더블유치과병원의 김형석(48) 이사장과 손효정(42) 병원장 부부는 일터에 신앙을 심고 있었다.

병원 이름의 ‘더블유(W)’는 VVIP를 의미한다. 병원을 방문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장 귀한 존재로 여기겠다는 뜻이다. 손 병원장은 “우리는 환자들에게 단순한 치료를 넘어 하나님의 진정한 치유를 전하는 병원이 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병원의 표어는 ‘좋은 사람들이 좋은 병원을 만든다’. 이는 인사 원칙을 넘어 병원을 복음 공동체로 세우는 경영 철학이기도 하다. 김 이사장은 “예수님처럼 먼저 다가가고, 사랑으로 이끄는 문화가 병원 전반에 퍼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작고 단순한 실천에서 시작된다. 병원에서는 직원들에게 ‘눈 마주치며 인사하기’를 가장 먼저 교육한다. 매주 드리는 직원예배와 큐티 모임은 병원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병원 곳곳엔 드럼과 피아노가 비치돼 있고 직원 책상에는 큐티 책이 놓여 있다. 병원 문화의 중심에는 ‘복음’이 자리한다.

“세상 방식으론 안 됐습니다”

김 이사장은 한때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PwC 해외에서 한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던 경영 전문가였다. 전문인 선교의 부르심을 받고 아내와 함께 수원에서 병원을 개원한 뒤 2015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충주로 내려왔다. 서울더블유치과병원은 그렇게 시작됐다.

초기에는 원장 1명, 직원 3명의 소규모 병원이었지만, 현재는 원장 9명, 직원 60여 명의 조직으로 성장했다. 구강외과 전문의인 손효정 병원장이 진료를 맡으며 병원을 함께 이끌고 있다.김 이사장은 “병원의 성장과정 자체가 은혜”라며 “일반적으로 개원 치과의 안정화 기간은 3년 남짓. 그 이상 꾸준히 성장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배경에는 단순한 시스템이 아닌 ‘사람을 세우는 문화’가 있었다. 김 이사장 부부는 ‘사랑의 내리사랑’ 문화를 병원에 뿌리내리게 했다. “고연차 직원들이 저연차 직원들을 밤늦게까지 붙잡고 기술을 알려줍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받은 사랑을 나누는 거죠.”

“병원이 곧 사역지입니다”
지난 9일 충북 충주시 서울더블유치과병원 회의실에서 진행되는 수요채플의 모습. 서울더블유치과병원 제공

병원 설립 초기에는 세상에서 배운 경영 전략을 따라 운영했지만, 조직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기도하면서 김 이사장 부부는 하나님의 방식으로 병원을 경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평균연령 20대 초중반의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삶의 비전을 잃은 직원들에게 말씀으로 다가가고 직장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강의도 병행하며 병원 조직의 ‘영적 리빌딩’을 이끌었다.

그 결과 병원에서 복음을 듣고 변화된 직원들이 속속 생겨났다. 한 청년은 “학창시절 외국에서 혼자 지내며 마음을 닫고 살았지만, 이곳에 와서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했다. 불교 가정 출신의 실장도 9년 넘게 전도를 거절하다가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직원 전도는 병원의 중요한 사역 중 하나다. “직원 한 명을 전도하면 그 가족까지 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배우자, 부모님, 자녀까지요.” 지금까지 병원을 통해 복음을 받은 직원은 70여 명에 이른다.

‘기독교 병원’을 선언하다
지난 6일 충북 충주시 서울더블유치과병원 2층에서 진행되는 주일예배에서 김 이사장이 말씀을 전하고 있는 모습. 서울더블유치과병원 제공

2023년부터는 병원을 공식적으로 ‘기독교 병원’으로 선포하고 일터와 신앙을 분리하지 않는 삶을 지향했다. 병원 안에서는 수요예배, 큐티 모임, 제자훈련 등이 이어지고 있고, ‘일과신앙연구 선교회’를 통해 전도와 양육 사역도 본격화됐다. 김 이사장은 이를 위해 올해 신학대학원(MTS)에 진학하며 영적 리더로 준비되고자 노력 중이다.

병원의 신앙 색깔이 뚜렷해지면서 오해도 있었다. “종교를 강요하냐”는 항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고 일부 직원은 이를 이유로 퇴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예배에 참여하며 병원 조직은 더 단단해졌다.

현재 병원 직원 70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자발적으로 예배에 참석하고 있으며 그중 입사 전 교회 경험이 있는 직원은 20%도 되지 않는다. 손 원장은 “주기도문조차 몰랐던 직원들이 이제는 말씀을 통해 꿈을 꾸고, 병원의 주축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오후 10시 30분에는 ‘열반기도회’라는 카카오톡방에 기도제목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문화도 있다. 설교는 쉽게 풀어 전달하고 찬양 악기를 나누며 예배를 일상 안에 녹여낸다. 병원 곳곳에서 ‘현장형 예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 부부는 직장 동료이자 신앙의 동역자”
최근 충북 충주시 서울더블유치과병원에서 만난 김형석(48) 이사장과 손효정(42) 병원장 부부의 모습.

이들 부부는 병원 경영자이자 신앙의 동역자로서 가정과 일터, 사역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김 이사장이 직원 예배에서 강의와 말씀을 전하면, 손 원장은 키보드 반주로 예배를 섬긴다.

이들의 또 다른 비전은 외국인 근로자 선교다. 충북 지역에는 약 10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언어와 문화 장벽, 높은 의료비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병원은 이들을 위한 사역을 ‘치유-교제-전도’의 3단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진료 과정에서 통역을 통해 신뢰를 쌓고, 지역 교회와 연결해 양육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병원에는 네팔 출신 통역사, 베트남 국적의 조무사, 러시아 유학파 의료진이 함께하고 있으며, 일부 직원은 자발적으로 외국어를 공부하며 복음의 통로가 되고 있다. 손 원장은 “진료는 전도와 선교의 시작”이라며 “마음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환자들이 예수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예배를 찾는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 부부는 이 모든 여정이 “하나님의 경영 원칙을 따랐을 때 나타나는 열매”라며 젊은 의료인과 크리스천 CEO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작게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릴 준비가 돼 있다면 하나님은 반드시 기회를 주십니다. 영성은 기본이고, 지성과 인성까지 겸비해야 합니다. 공부하고 배우는 데 게으르지 말고, 겸손하게 치열하게 준비하세요. 하나님께서 반드시 사용하실 날이 옵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